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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더듬이 체벌’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남학생이 교실에서 자신의 잘못을 나무라는 여교사를 오히려 농락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인터넷 동영상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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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침묵의 카르텔 깨자 흔들리는 교권
교권침해 9년간 2.5배↑
혼내면 되레 삿대질하고
어깨 손올리며 성희롱도
“수치심에 피해 덮지말고
용기있게 해결 노력해야”
“씨×년, 꺼져.”
민호(가명·12·초6)는 안하무인이었다. 상담실에 와서는 욕설을 내뱉으며 의자를 집어던졌다. 담임인 ㅅ(33·여) 교사는 민호를 통제할 수 없었다. 민호 부모님이 학교에 와서 사과를 했지만, 민호는 잘못을 인정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반 친구들이 괜찮겠냐고 물으니 민호는 “교도소 가지 뭐, 하하”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민호는 평소 친구들을 때리고 괴롭혀 ‘문제아’로 꼽혔다. 참다못한 ㅅ 교사는 민호를 불러 차분히 얘기를 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민호는 “선생님도 싫다”며 끝내 ㅅ 교사의 말을 듣지 않았다. 3일간 근신 조처를 당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민호는 몇 달 후 집안 사정으로 전학을 갔다. 지난해 겪었던 일이지만 ㅅ 교사는 “지금도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교사들을 향한 학생들의 욕설·반항·폭행이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혼을 내는 교사에게 삿대질을 하며 반항하는 학생, 교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추행을 하는 학생, 벌을 세워도 춤을 추면서 장난을 치는 학생들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김아무개(28)씨도 “복도에 나가 벌을 세우면 사라져버리고, 반성문을 쓰라고 해도 버티는 일을 종종 겪는다”며 “50대 남자 선생님한테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놓고 욕설을 한다”고 말했다.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팀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교원사기 진작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땅에 떨어진 교사들의 처지가 잘 드러난다. 연구팀이 초중고 교사 784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이 교사를 폭행·폭언하는 등 교사 공격사례가 증가한다’는 항목에서 평균 3.43점(5점 만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교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생각한다’는 항목에선 2.33점으로 낮게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10년도 교직상담 결과’를 보면, 교권침해 사례는 260건으로, 2001년 104건에 비해 9년간 2.5배로 늘었다. 260건 중 학생지도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당행위로 인한 침해 등이 98건(37.7%)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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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하게 퍼진 ‘선생님 꼬시기’라는 제목의 동영상.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여교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사귀자’고 성희롱하는 내용이다. 인터넷 동영상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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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 경기대 교수(교직학과)는 “우리나라 교사 양성과정에는 학교폭력 관련 커리큘럼이 거의 없다”며 “학생들이 교사가 되기 전부터 미리 학교폭력에 대처하고 아이들의 생활지도를 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ㅅ 교사는 이번 학기에서 민호와 똑같은 아이를 만났다. 일년 전 경험을 되살려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연구했다. ㅅ 교사는 “당시에는 아이의 행동만 보고 아이를 이기려고 하다 보니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학급 분위기, 집안 사정 등 전체 상황을 고려해 보니 그 아이가 왜 그런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 아이는 가정에서 늘 맞고 욕을 들으며 커왔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 친구들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나타났다는 게 ㅅ 교사의 결론이다. ㅅ 교사는 일단 안 좋은 행동은 눈감고 좋은 행동에는 칭찬을 보냈다. 그랬더니 아이도 바뀌기 시작했다. ㅅ 교사는 “교사가 변하면 아이들도 변하는구나 하고 느꼈다”며 “선생님들도 학교폭력 대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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