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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28 20:20 수정 : 2012.08.28 20:20

성한표 언론인

[미디어 전망대]

나타나는 증상으로 인체의 질병을 진단하듯이 빈발하는 범죄에서 우리는 사회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하지만 범죄의 성격을 잘못 파악하면 같은 범죄로부터 사회적 병리에 대한 엉뚱한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의사가 복합적인 증상의 어떤 부분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다른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자주 일어나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차별 칼부림을 많은 언론들이 ‘묻지마 범죄’라고 부르고 있다. 더욱이 심리학 교수들 중에는 ‘선진국형 범죄’라고 해석한 이들도 있고, 이런 해석이 그럴듯하게 유포되기도 한다. “‘묻지마 범죄’는 불균형과 불평등에서 발생한 사회에 대한 분노가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선진국형 범죄’”(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범죄들을 ‘묻지마’나 ‘선진국형’으로 파악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이런 표현은 실제와도 다를뿐더러 잘못된 대책을 낳을 위험이 있다. ‘선진국형’이라는 말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는 주장을 함축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벌써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구나 하는 빗나간 인식을 낳기도 한다. 동시에 이런 주장은 범죄자들의 사회적 박탈감, 그리고 이런 박탈감을 낳은 사회 양극화의 심각성에 대해 눈을 감게 만든다.

곽금주 교수는 “미국의 경우 1960년대 전체 범죄의 6%를 차지하던 ‘묻지마 범죄’가 1990년대 들어 39%로 늘어났고, 일본 역시 1990년대 후반 들어 만연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 유행하는 범죄이니 ‘선진국형’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른바 선진국에서도 1990년대 이전에는 이런 범죄가 잦지 않았던 이유, 다시 말하면 90년대로 넘어오면서 어떤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묻지마 범죄’라는 표현은 범죄자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타인을 살상한다는 뜻을 함축한다. 희생자들이 범죄자와 일면식도 없다는 점에서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고, 아무리 소리 높여 외쳐도 들어주는 이가 없기 때문에 절망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묻지 말라”고 소리지르는 것이 아니고, “제발 좀 물어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범죄를 ‘묻지마’나 ‘선진국형’으로 해석하는 것은 사회구조적 문제보다는 심리적 부적응을 강조하는 접근방법이다.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려면 심리적 부적응과 함께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심리적인 부적응만을 강조하면 범죄가 개인의 돌출적인 행동으로 해석되고, 이에 대한 예방책은 치안강화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자 감시망의 확충과 순찰 강화에 대한 주문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접근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범죄자들을 절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장기간의 실직과 극심한 생활고, 이로 인한 사회적인 박탈감, 이와 같은 부조리한 상황을 유지시키는 사회 양극화의 악화 등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다. 범죄의 성격 규정은 올바른 대책을 세우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일부 언론이 무차별 살상 사건을 ‘절망 범죄’, ‘분노 범죄’ 등으로 명명한 것은 범죄 대책을 세우기 위한 올바른 접근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성한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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