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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03 20:00 수정 : 2014.04.03 20:28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주간

한국의 정치는 이미지 정치다. 선거에서 후보의 이미지가 정책보다 더 큰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공약을 파기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면 선거에서 공약한 정책들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복지와 경제민주화, 그리고 기초선거 무공천 등의 정치·경제개혁 공약을 들고나와, 정책 면에서 여야 차이를 없애버렸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제 이런 공약들을 대부분 없었던 것으로 만들고 있다. 당선 뒤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의 실천을 두고 야당과 가파른 대립을 보이는 것은, 주요 정책의 여야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정책의 차이가 없는 것처럼 포장하고, 선거에서 정책 대결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은 언론이 정책보다 이미지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공약 파기가 큰 정치적 부담이 되는 사회라면, 신문과 방송이 공약의 이행 여부를 철저히 감시하는 사회라면, 지키지 못할 공약을 버젓이 내거는 후보가 당선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선거에서 정책 감시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이미지 만들기에 힘썼다. 언론의 정치인 이미지 만들기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금도 치열하게 전개된다.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활용할 수 있는 무기는 ‘정권 심판’이라는 구호다. 정부와 집권당은 여러 가지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고, 이것은 야당의 강력한 공격 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현 정권의 ‘문제’들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의 무시와 왜곡, 감싸기로 인해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로 부각되지 않았다.

언론은 대통령이 주요 공약을 파기하고도 아무런 설명조차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유권자들에게 설명하지 않는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과 간첩사건의 증거 조작 등 권력 핵심부의 치명적인 비리들도 언론의 ‘무시’ 대상이다. 더욱이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 외교에 대한 평가는 높다.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정치’와 유권자들이 이해하고 있는 ‘정치’ 사이의 엄청난 간격은 언론의 책임이다.

언론의 이미지 만들기는 박 대통령의 이번 독일 방문에서도 재현됐다. 박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만난 뒤, 메르켈 총리는 “독일 통일은 행운(glucksfall)”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신문 방송들은 대부분 메르켈이 “독일 통일은 행운이자 대박”이라 했다면서, 말하지도 않은 ‘대박’이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그러고는 “(메르켈이)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에 공감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1면에서 “이러다 대박이란 용어가 올해의 세계 히트 상품이 되겠군”이라는 양념까지 쳤다.

‘glucksfall’이라는 독일어는 ‘(생각지도 않은) 행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를 ‘대박’이라고 번역해도 큰 오역은 아니다. 하지만 ‘대박’(jackpot)은 주로 ‘대박이 터지다’ 등의 표현으로 도박판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glucksfall’을 굳이 ‘대박’으로 번역한 것에 이미지 정치를 만들어 나가는 한국 언론의 묘수가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이 말하기 시작한 ‘통일 대박’이라는 용어가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듯이 포장하는 것이다.

이미지 정치는 이와 같이 언론의 행간을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좀처럼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그리고 일단 이미지 정치가 정착하면, 정책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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