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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26 15:11 수정 : 2012.01.26 17:02

해질녘이면 퀸스 비치에 모여 보디보드를 타며 노을을 즐긴다.

[매거진 esc] 소설가 서진의 하와이에서 살아보기 ② 하와이의 양대 즐거움, 서핑과 우쿨렐레를 배우다

알라와이 수로를 경계로 마치 섬처럼 뚝 떨어진 와이키키는 수많은 호텔과 명품쇼핑몰, 식당, 술집으로 가득 차 있어서 거대한 리조트 단지 같다. 와이키키 정중앙에 방 두개짜리 콘도를 빌려 베이스캠프를 차린 우리는 본격적으로 와이키키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우리 콘도에 묵은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학회에 참석하는 일정이라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술을 마셨다. 시간이 나면 아웃렛 쇼핑몰에 다녀오기도 했다. 와이키키가 확장된 해운대와 다른 점이 뭐냐고 푸념하는 소리도 들었다.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신혼여행 커플인데 근사하게 차려입고 사진을 찍거나 단체여행용 밴에 실려 일주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손에는 당연히 선물로 들고 갈 쇼핑백이 가득 안겨져 있다. 과연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와이키키 바다에 한번이라도 몸을 담가 봤을까? 수영복을 가져왔어도 바다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구경하는 바다도 좋지만, 더 좋은 바다는 체험할 수 있는 바다다. 그게 가장 좋은 것이고 공짜인데 말이다.

퀸스 비치에서 보드를 들고 파도타기에 나서는 아이들.

퀸스 비치에서 보디 서핑과 스노클링을 동시에

와이키키는 초보자가 안전하게 파도를 탈 수 있는 지역이다. 전설의 서퍼 듀크는 1㎞가 넘게 파도를 타고 왔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서핑에 흥미가 있다면 레슨(시간당 40달러)을 받아도 좋다. 한두시간 수업을 받으면 보드에 설 수 있을 정도는 배울 수 있단다. 우리는 좀더 작고 가벼우며 별도의 레슨 없이 탈 수 있는 보디보드를 타보기로 했다. 마트에서 보디보드와 물갈퀴가 포함된 스노클링 장비(월마트에 가면 ABC스토어보다 더 많은 종류의 보드장비를 싸게 살 수 있다)를 구입해서 두달 동안 열심히 사용했다. 와이키키 비치의 가장 안쪽에 자리한 퀸스 비치는 하와이에서 가장 안전한 보디보드 전용 비치다. 요령만 있으면 쉽게 파도를 탈 수 있는데, 1m 내외의 넘실거리는 파도를 잘 보고 있다가 파도가 떨어지는 부분에서 힘차게 물갈퀴와 손을 저어 파도와 비슷한 속도를 내는 게 관건이다. 출발만 잘한다면 20m, 30m는 충분히 가슴에 보드를 댄 채로 미끄러질 수 있다. 파도가 등 뒤에서 미는 힘이 굉장해서 마치 오토바이를 타는 기분이 든다. 선제(아내)는 처음에 파도를 무서워하다가 사나흘 만에 타는 법을 터득한 뒤로는 매일 오후 퀸스 비치에 나가 파도를 타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수작업으로 우쿨렐레를 만드는 코알로하 공방을 찾은 필자(오른쪽).

어느 날 바다 위에서 파도를 기다리다 물속을 들여다보았더니 알록달록한 열대어들이 가득했다. 스노클링을 하려면 보통 하나우마 베이로 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와이키키에는 물고기가 거의 없다) 퀸스 비치엔 산호와 암초가 많아 물고기들이 많은 것 같았다. 파도가 지나갈 때마다 물고기 떼가 우르르 몰려가는 모습이나, 징그럽게 생긴 곰치가 바위 틈으로 머리를 내미는 모습도 재밌다. 발이 닿는 부분이 암초이므로 물갈퀴 착용은 필수다.

퀸스 비치에는 운동을 하거나 보드를 타는 현지인들이 관광객보다 상대적으로 많은데, 이들도 이곳이 보기 좋은 와이키키 비치보다 훨씬 다양한 재미를 준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석양을 볼 수 있는 전망대를 기준으로 와이키키 비치와 퀸스 비치가 나뉘는데 저녁이면 석양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린다. 그 관광객들에게 소리치고 싶다. 퀸스 비치에서 파도를 타고 스노클링을 하자고.


우쿨렐레 뮤지션을 만나고, 공방을 취재하다

주인과 함께 보디보드를 타는 강아지.
지인의 소개로 와이키키에 체류중인 우쿨렐레 뮤지션 조태준을 만났다. 그가 와이키키에 머물고 있는 것은 다음 앨범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하와이에서의 하루하루는 음악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고 즐겁게 음악을 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태준의 소개로 그를 스폰서하고 있는 코알로하(Koaloha) 우쿨렐레 공방에 취재를 갔다. 이곳에서는 코아나무만을 사용해 전 공정을 수작업으로 만든다. 전세계로 우쿨렐레를 수출하는 기업이지만 창립 이후 퇴사 없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취재를 마치고 코알로하의 우쿨렐레를 선물받았다. 우쿨렐레 숍 푸아푸아에서 1970년대산 빈티지 우쿨렐레를 구입하여 두 개의 우쿨렐레가 생긴 우리는 틈날 때마다 연주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매일 바닷가에 나와 단체로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버스에서도 우쿨렐레를 치며 함께 노래를 부르는 하와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아침에는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무료로 우쿨렐레 강습을 받을 수 있고, 우쿨렐레 숍에서도 매일 무료 강좌를 연다. 기타와 달리 우쿨렐레는 누가 잘 치고 못 치고가 중요하지 않다. 노래를 즐기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식당에서 혹은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느릿한 하와이안 뮤직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계속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Somewhere over the rainbow-전설적인 하와이 뮤지션 이즈(IZ)가 편곡해서 부른 노래)를 중얼거리게 된다. 그럴 때마다 알로하 마인드가 스며드는 건 당연하다.

일주일에 한두번, 비가 오거나 할 일이 없을 때엔 알라모아나 쇼핑센터로 간다. 와이키키와 인접해 있어서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쇼핑하는 묘한 광경이 연출된다. 먼지가 없고 청량한 바람이 불기 때문에 건물 자체가 반쯤 외부로 노출된 초대형 쇼핑몰이다. 대형 서점, 슈퍼마켓, 옷과 신발가게, 레스토랑 등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재미있는 건 일년 내내 여름 날씨이기 때문에 옷이 죄다 여름 상품이라는 것. 우리가 주로 이용한 곳은 초대형 푸드코트다. 베트남·중국·일본·한국·이탈리아·하와이안 전통 음식까지…. 질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각국의 음식을 체험해볼 수 있다. 대형 버스환승센터가 쇼핑몰 안에 있어서, 오아후 섬 어디를 가든 일단 이곳에서 내리기 때문에 간단한 점심이나 저녁을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 근처에 월마트와 일본마트, 한국마트가 있어서 장을 보기에도 편리하다.

글·사진 서진/소설가

와이키키 여행쪽지

버스 타고 구경하는 와이키키 근교

마노아 폭포 | 열대우림이 뭔지 알고 싶으면 마노아 폭포를 등반하면 된다. 중턱까지 버스가 운행되기 때문에 30분 정도만 걸어가면 된다. 폭포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 폭포로 향하는 등산로에는, 타잔이 타고 다닐 법한 나무들과 이름 모를 열대우림의 식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하나우마 베이(사진) | 스노클링의 대표적인 명소로 열대어가 가득한 수족관 속에 들어가는 것 같다. 따로 배를 타고 갈 필요가 없어서 워낙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탓에 보호시설을 만들고 하루에 들어갈 인원을 제한한다. 들어가기 전 물고기 보호 비디오를 봐야 하는데 몇 번을 봐도 재밌다.

다이아몬드 헤드 | 와이키키 배경 사진을 보면 뒤로 보이는 나지막한 분화구가 다이아몬드 헤드다. 2차 세계대전 때 파 놓은 동굴과 참호가 꼭대기에 설치되어 있다. 계단이 많아 노약자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차이나타운과 다운타운 | 호놀룰루 시내에도 다른 도시에 있는 건 다 있다. 도서관과 시청, 은행, 학교와 병원. 그러나 옛 시가지인 차이나타운을 빼놓을 수 없다. 비어 있는 가게에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갤러리와 바를 차리기도 했다. 값싸고 맛있는 중국음식도 먹고, 채소나 생선 등의 장을 보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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