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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05 19:54 수정 : 2012.02.05 19:56

한윤형 자유기고가

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의
‘실현되지 못한 선택’을 비판하는
논거들이 사려깊지 않다고 본다

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이 얼마 전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한단 뜻을 밝혔으나 최종적으로는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한다. 주로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제기한, “보수정당에 가서 청년층을 대변하는 것이 유효한 일인가”란 논란에 부담을 느꼈을 거라 추정된다. 물론 민주통합당이 추가모집을 하거나 통합진보당과 협상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겠으나, 이와 별개로 나는 김영경의 ‘실현되지 못한 선택’을 비판하는 논거들이 사려깊지 않다고 본다.

먼저 ‘청년문제를 만들어낸 정치세력에 참여하는 것은 형용모순’이란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변화된 정치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면이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스스로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했고 그 결과 청년들의 삶이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기조를 더욱 강화한 엠비정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지면서, 민주통합당은 당 강령에 보편적 복지를 명문화하는 등 좌클릭을 하는 중이다. 민주통합당이 집권했을 때 어느 수준까지 좌클릭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아마 끝 간 데 없이 왼쪽으로 오지는 못할 게다. 그래서 지금은 사람들이 ‘닥치고 통합’을 요구할지라도 2012년이 지나면 진보정당들의 역할도 새롭게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민주통합당이 한국 사회를 오른쪽으로 견인한다 믿을 근거는 부족하다. 따라서 19대 총선에서 김영경이 민주통합당 의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형용모순이 아니다.

다음으로 진보정당 운동이 청년문제와 어느 정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청년운동을 원내에서 실현하겠다는 사람에게 “보수정당이 아니라 진보정당으로 오라”고 말하려면 먼저 그 점을 증명할 필요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 점이 명백해 보이지가 않는다. 진보정당이 청년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청년문제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들을 드러내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지 청년들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기 때문은 아닐 게다. 가령 지하철에서 청년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시비 거는 노인이 있을 때, (비록 그 시비가 부당하단 사실은 인정하더라도) 확률적으로 진보정당이 대변해야 할 사회적 처지에 놓인 사람은 청년이 아니라 노인이다. 통계적으로 볼 때 빈곤층은 노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진보당이 김영경을 비례후보로 포섭하려 할 경우 순번을 몇 번으로 배정할 수 있을까. 진보정당의 여러 관심사를 고려할 때 잘해봐야 5번 정도가 고작일 게다. 그 이상 순번을 배정한다면 외려 대중적 이슈에 부화뇌동하는 포퓰리즘의 산물이 아닐까 의심해봐야 한다. 그처럼 청년운동이 진보정당이 추구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주제가 아닐 경우엔, 비핵심적인 주제를 대변하는 이도 당선권에 배치할 수 있는 민주통합당에 그 이슈를 양보하고 뒤에 원내에서 협력을 도모하는 게 더 현명한 일이라 여겨진다. 진보정당이 당장 집중하기 어려운 문제를 보수정당 내에서 실현하려 노력하는 것에 시비를 걸어야 할 이유는 없다.

마지막으로 김영경의 출마 논란에서 진보정당 지지자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청년유니온은 일종의 노조인데, 김영경은 바깥에서의 활동에 한계를 느꼈다 토로한다. 대기업 정규직 남성 노동자란 협소한 틀에 갇힌 민주노총 이외의 대중조직 기반을 가지지 못한 현재의 진보정당 운동은 이런 고민을 받아들여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활동과 정당운동이 어떤 식의 상생모델을 형성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 김영경의 선택을 비판하는 것보단 이에 대한 고민이 진보정당의 존립 의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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