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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15 18:56 수정 : 2012.07.15 18:56

최진영 소설가

드라마 <추적자>의 백홍석은 법을 움직이는 것이 정의가 아닌 권력이라는 것을 깨닫고 법정에서 총을 빼든다. 살인범과 탈옥수가 되면서까지 그가 밝히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국민을 ‘큰 마차에 깔려 죽는 벌레’쯤으로 여기는 대통령 후보 강동윤의 실체다. 딸을 실제로 죽인 자는 백홍석의 친구지만 백홍석과 주변 인물들 그리고 시청자가 생각하는 진짜 살인자는 강동윤이다. 왜냐면, 그가 지시했으므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돈과 권력으로 사람을 매수하고 증거 조작을 지시한 자가 바로 강동윤이므로.

용산참사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은 경찰특공대의 증언과 시선으로 그날을 기억한다. 철거민들이 망루에 오른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진압 지시를 받은 특공대원들은, 그곳의 구조나 위험 요인도 전달받지 못한 채 진압 작전을 펼쳐야 했다. 그들에게도 그날 그곳은 생지옥이었다. 법원은 불법폭력시위가 참사의 원인이라는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철거민들에게 4~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많은 사람이 공권력의 과잉진압이 참사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진압 이전에 대화하고 타협했다면, 고민하고 의논하여 제일 나은 방법을 찾았다면, 무리한 진압을 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권력의 눈에 들기 위해 과잉진압을 지시했다. ‘그렇게까지 시위를 해야 했는가’라는 질문은 ‘그렇게까지 진압을 해야 했는가’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영화는 과잉진압을 지시한 권력자를, 편한 자리에 앉아 철거민과 특공대원을 생지옥으로 밀어넣은 수뇌부를 진짜 책임자이자 가해자로 지목한다.

법이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백홍석은 법을 어겨서라도 진실을 밝히려 한다. 그리고 검사, 기자, 경찰, 건달이 그를 돕는다. 하지만 망루 위의 철거민들은 철저히 혼자였다. 그들은 진압해야 할 대상에 불과했다. 아무도 나의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고 부당함을 그저 견디라고만 할 때, 나는 과연 무엇에 기대게 될 것인가. 백홍석은 총을 들었고, 철거민은 망루를 짓고 화염병을 들었다.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은 ‘혐의 없음’으로,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 인멸은 ‘윗선 없음’으로, 비비케이(BBK) 가짜 편지 의혹은 ‘배후 없음’으로 결론 났다. ‘상왕’이라 불리는 이상득 의원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고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왕차관’ 박영준 역시 구치소에 있다. 이들 외에도 이명박의 최측근이라 할 만한 10여명의 사람이 이미 사법처리되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여전히 ‘도덕적으로 완벽’하다. 검찰은 현 정권 내에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혐의를 단 하나라도 찾아낼까? 최고 권력자는 언제나 살아남는다. 손에 피 한방울 묻히지 않고. 지시만 하면 되니까.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적당한 사람을 찾아 책임을 묻고 해임하면 끝이다.

오늘밤 열시. 강동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동영상 공개와 상관없이 대통령이 될까. 만약 그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면, 법원은 누구의 편을 들어줄 것인가. 우리는 이와 비슷한 상황을 안다. 그러므로 짐작할 수 있다. 강동윤이 대통령이 된다면 법은 강동윤의 편에 설 것이고, 대통령이 되지 않는다면 그의 반대편에 설 것이다. 여기서 강동윤의 반대편을 국민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자들에게 강동윤의 반대편이란, 또다른 권력자인 상대 후보 혹은 한오그룹의 회장인 그의 장인이므로.

최진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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