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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15 17:24 수정 : 2012.02.15 17:32

한동원 나의 점집문화답사기

[매거진 esc] 나의 점집문화답사기
신점편 ① 입지 및 외관

지난 첫회에 천명하여 드린 바와 같이 흥미 본위의 선정적이고도 얄팍한 관점을 견지하는 당 칼럼이 가장 먼저 답사 길에 오른 점집은 다름 아닌 신점(‘신쩜’이라 발음)집이다.

신점이란 무엇인가. 신점은 사주점과 함께 점집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전통적 메이저 장르로서, 최근 사주점이 아이티(IT)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공개화·대형화·기업화·정보화·자동화·대량생산화의 길을 걷게 되자 ①피(被)점술자에 대한 일대일 맞춤상담 ②점술자와의 기싸움 및 질의응답 ③그를 통한 정서적 인터랙션이라는 오프라인 점집만의 장점에 새삼 주목한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지를 얻고 있는 장르인 것이다.

필자가 답사 들어간 신점집이 위치한 곳은, 최근 점집들의 신흥 집산지로 은근 부상하고 있는 서울 역삼동의 다세대주택 밀집 주택가인바, 왜 하필 역삼동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겠으나, 필자의 5분여에 걸친 염력분석에 의해 ①전방으로 테헤란로의 차량들이 거대한 강(水)을 이루고, 후방으로 대치동/도곡동의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대거 산(山)을 이루고 있는 본의 아닌 배산임수의 지세 ②2000년대 들어 테헤란로에 포진하기 시작한 아이티 기업들과 금융기업들의 높은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두터운 고객층 등이 가장 결정적인 입지조건으로 꼽혔다.

이번 답사 대상인 ‘역삼동 ○보살’은 나름 마니아를 자처하는 필자의 지인들(이자들은 나름 긴 가방끈과 멀쩡한 직업과 적절한 지능과 친사회적 사고체계를 갖춘 정상적인 자들임을 보증)이 “최고의 적중률”, “훅 끼쳐드는 ‘신끼’” 등등의 찬사를 보내온 점술자인데, 필자가 이 신점집을 답사 재료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점술자가 내림굿을 받은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는 첩보 때문이었다.

평소 이슬만 먹고 사는 필자야 신점 시스템의 운명철학적 작동메커니즘에 대해서 거의 아는 바 없다만, 마니아들 사이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기초이론을 종합해볼작시면, 점집 경영적 관점에서 내림굿이란 일종의 신통력 충전 과정인바, 내림굿을 받은 직후에 100%에 육박하던 ‘신빨’은 점보기를 시행할수록 비례선형대수적 방전 과정을 겪으며 점점 저하되는 모양이다. 그렇다 친다면, 충전 뒤 최대한 짧은 시간이 지나 방전이 거의 안 된 점술자를 답사하는 것이 신점 장르의 퍼포먼스를 체크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예약 전화를 건 필자는 뜻밖에도 나름 매혹의 바리톤을 구사하는 남성의 응대를 받았던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남성은 ○보살의 배우자 겸 매니저 겸 비서로서 이 시대 진정한 셔터맨 상의 확립을 통해 수많은 남성들의 로망 및 롤모델로서 추앙받고 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무튼 필자가 받은 예약일은 ○보살이 구가하고 있는 작금의 인기를 반영하듯 꼬박 3주를 기다려야 하는 날짜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 필자가 찾은 그곳은, 약 50m만 걸어 나가면 곧바로 테헤란로에 당도할 수 있으면서도, 지극히 평온한 주택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나름 신묘한 지역이었다. 점집이 입주한 건물 역시 평범하기 짝이 없어, 간판도, 卍자도, 깃발도, 대나무도, 방울도 없는, 주택가 이면도로변의 4층짜리 다세대주택 2층에 우리의 첫번째 답사 대상이 있다. (다음회에 계속)


한동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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