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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11 17:59 수정 : 2012.04.13 15:07

한동원 나의 점집문화답사기

[매거진 esc] 나의 점집문화답사기
신점편 ⑤ 점보기(上)

이번 회부터 드디어 ○보살의 운명철학적 능력에 대한 얘기다. 그런데, 필자가 그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공직후보자도 아닌 마당에 ○보살이 말했던 구체적인 내용까지 말씀드리긴 좀 그런 관계로다, 일단은 ○보살 코멘트의 적중 여부만 말씀드리겠다.

누가 적정관람료 필자 아니랄까봐, 점 멘트 청취 와중에도 적중 여부의 엄정한 판정을 위한 원칙들을 정리하고 있었던 필자는 “조상에 요절하신 양반이 계시네”라든가 “집 근처에 단풍나무 있지? 없어? 그래.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등의 뻥축구적 발언은 물론이요, ①점집고객 유추 발언: 으레 할 법한 고민이나 갈등에 대한 발언 ②성별/연령 유추 발언: 대충 그 연령대의 남녀가 할 법한 고민에 대한 발언 ③외관 추정 발언: 얼굴, 피부, 신장, 의상 등 피점술자의 비주얼상 특징을 통해 추측 가능한 발언 ④자백 기반 발언: 피점술자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 동작(표정 및 안색 변화, 시선 처리, 감탄, 신음 등의 유사언어적 정보누설 행위 포함)을 통해 추측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발언 등은 모두 적중 멘트에서 제외시킨다는 원칙을 수립하였다.

그리하여 결과는? 필자의 과거 행적에 대한 ○보살의 발언 중 크로스바를 맞힌다든가 옆 그물을 때리는 정도가 아닌 완전한 골인급 적중 횟수는 총 3건이었다. 이에 대해서 독자 여러분은 ①“놀랍다”와 ②“에이~” 그룹, 크게 이렇게 두 그룹으로 나뉠 것이라 사료되는데, 먼저, 직접 보지 않았다면 필자 역시 속해 있었을지 모를 ②그룹께서는 한번쯤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의 과거를 구구단 1단 외우는 듯한 자신만만한 말투로 읊어대면서 그중 세 가지를 적중시킨다, 라는 것이 과연 그리 쉬울 것인가. 다시 말하지만 이 횟수는 찍어 맞히기의 가능성이 있는 발언들은 전부 제외한 숫자다.

더구나 점보기라는 분야는 시험과는 또 달라서, 거의 원톱 스트라이커만큼의 부담과 리스크를 안고 있는 ‘전부 아니면 전무’ 분야다. 물론 ○보살 역시 완벽한 슈팅 찬스에서 크로스바 위로 대형홈런 날린 뒤 황급히 뒷목 잡고 드러눕는 형국을 약 2회가량 보였으나, 시종 무반응/무표정/무대꾸/비협조로 일관했던 필자의 마크를 뚫고 단독돌파로 그러한 찬스에까지 도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보살의 적중률은 꽤 높은 편이었다 평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바로 이 대목에 ①그룹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이 있다.

“뭐, 과거는 다들 맞히더라고.” 난생처음 점집에 다녀와 감탄의 도가니탕(특)에 빠져 있는 점집 초보들에게 숙련자들이 전지적 관찰자 시점스런 눈길 및 스산한 미소 날리며 들려주는 충고다. 장르를 초월하여, 과거 및 성격 맞히기 정도는 이 시대 점집이라면 어디든 갖춰야 할 표준 사양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우리가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동사무소 직원도 알고 있는 얘기 들으러 점집 가는 건 아니잖은가. 뭐니뭐니해도 점술업의 근간 및 고유의 기능성은 바로 운명철학적 일기예보에 있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보살의 미래 예측에 대한 보살력은 과연 어떨까. (다음 회에 계속)

한동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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