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25 16:55
수정 : 2012.04.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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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원 나의 점집문화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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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나의 점집문화답사기
신점편 ⑥ 점보기(下)
드디어 ○보살의 미래예측 능력에 대해 논할 시간이다. 이에 앞서 필자, 한 가지 깜짝 밝힐 사항이 있다. 필자가 ○보살의 역삼동 하우스를 찾았던 시점은 올해가 아닌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의 일이었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이는 기억력의 사정거리 안에 있는 근(近)미래에 대해서는 흐느적 뭉개는 대신 몇 년쯤 뒤의 미래에 대해선 대법원 확정판결만큼 단호하게 예언하는 점집들의 복지부동무사안일적 예언 행태에 대한 검열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맞다. 필자, 이번엔 본의 아니게 치밀하였다. 아무튼.
필자가 ○보살에 대해 적잖이 회의를 품게 된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우선 단기예언부터 짚어보자. 당시 필자의 질문은 “A로 할까요 B로 할까요” 문형의 단답형 양자택일 질문이었는데, 눈빛만으로 장작을 쪼갤 듯하던 초중반의 기개를 살포시 접은 ○보살은 A다, B다 같은 식의 딱 떨어지는 답 대신 “A는 결국 자기 잇속만 챙기고 B는 겉하고 속이 달라도 너무 달라” 등등의 ‘아니뭐굳이그렇게따지자면세상에안그런사람은또어딨겠어’스런 뭉개기성 답변을 내놓았던바, 눈치코치도 없이 계속해서 사슴 같은 눈망울 초롱인 채 “그래서, A로 할까요 B로 할까요”라며 집요하게 단답식 정답을 요청하던 주입식 교육의 희생양 필자에 대해 ○보살은 초등학교 입학식 하루 앞둔 막냇동생 보는 듯한 인자한 눈길로 다음과 같은 초현실적 화두로 응답하였던 것이다.
“어느 쪽이 동쪽에 있어?” 아니. 그러진 않으련다. 필자가 아무리 불신지옥적 사고방식의 소유자라고는 하나, 필자의 성명에 특정 방위를 지정하는 한자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보살이 이러한 멘트를 날렸다고는 굳이 생각하지는 않으련다. 들인 복채가 얼만데. 게다가 ○보살 정도의 소문난 ‘신빨’이라면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이 “둘 다 동쪽에 있는데요”가 되리라는 것 정도는 능히 심령예측 하지 않았겠는가.
따라서 그녀가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아유 정말 초보들은 어쩔 수 없네, 라는 표정과 함께 곧바로 다음과 같이 수정된 질문을 날린 것도 전혀 놀라울 바 없을 것이다. “아니. 어느 쪽이 더 동쪽이냐고.”
다만 한 가지 짚어둘 것이 있다. 필자가 점집들을 들를 때마다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그것은 점술자가 뭔가 불길스러운 멘트를 치는 경우 “그럼 굿을 해야 할까요?”라 묻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화들짝 도는 화색을 애써 감춘 채, 굿의 중요성과 그 효용성을 스리슬슬 강조하며, 예약 스케줄 및 소요예산 등등을 읊어대는 점술자들은 거의 일백프로 사기꾼이라 보면 틀림없다. 한데 ○보살은 이에 대해 단호하게 “그럴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던바, 이 대목은 기본적 신뢰감을 느끼게 해준 대목이었다 할 것이다.
사실 필자의 관심은 근미래 예언에 있지 않았다. 애널리스트들의 진정한 실력은 일일장세 전망 따위가 아닌 중장기적 경기전망에서 판가름 나듯, ○보살의 신빨 역시 결국 중장기예언에서 최종 판가름 날 것이다. (다음회에 계속)
한동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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