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7.04 16:58
수정 : 2012.07.04 16:58
[매거진 esc] 나의 점집문화답사기
사주점편 ④ 과거예측(상)
지난 회, 흡사 치과병원 같은 분위기로 새로운 업계 표준을 확립하고 있다 알려진 ○아카데미의 ○소장과의 첫 대면까지 얘기했었다. 소문대로 ○소장은 착석한 필자에게 일체의 관습적 조흥구 없이 즉각 성명 및 생년월일시를 물었는데, 이렇듯 무감정·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도 꽤 높은 순도의 카리스마를 득하고 있는 ○소장의 차가운 도시 사주집 전략은, 작금과 같은 에너지 효율 강조 분위기에 발맞추어 충분히 1등급 판정을 득할 만하였다.
기초 데이터 추출 뒤, 다시금 말없이 노트북을 쏘아보며 마우스를 클릭하기 시작한 ○소장. 필자는 순간 그 노트북을 기습 탈취하여 화면의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이 엄습함을 느꼈으나, 초장부터 그러한 도발을 저지를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해서, 대신 노트북 겉판 너머 존재할 미지의 화면에 정신력/투시력/염력 등등을 총집중시켰으나 10여초 뒤에 돌아온 안구충혈 및 편두통으로 인하여 답사자 본연의 자세로 급거 귀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관찰한 ○소장의 비주얼. 40대 중반 정도의 나이, 달걀형에 가까운 갸름한 얼굴형, 그리고 쌍꺼풀의 흔적 전혀 찾아볼 길 없는 은근 매서우면서도 평면적인 눈, 특히 바둑알처럼 검은 눈동자. 그렇다. ○소장의 이목구비의 특징은 ○보살과 놀랄 만큼의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었던바, 이것이 용하다 알려진 점술자들의 일반적 공통점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아무튼 이러한 관찰은 ○소장이 내놓을 과거예측 결과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기 충분했다.
이윽고 마우스에서 손을 떼며 고개를 든 ○소장. 그는 예의 그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필자의 과거 및 성격, 기질, 그리고 인생의 큰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확실히 해두자. 평소 필자는 이런 종류의 예측에 대해선 일단 찍어 맞히기의 가능성부터 상정해놓고 들어가는 이른바 스켑틱(skeptic)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안에 대해 논할 때는 스켑틱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하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역(逆) 스켑틱, 즉 관찰된 사실을 선입견에 맞춰 왜곡하거나, 논리적 설명이 안 된다는 이유로 벌어진 일을 벌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등의 태도 또한 오류이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더 안전하게는 이도 저도 알 수 없게 뭉개고 넘어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명색이 프로 글쟁이이니만큼 그 정도의 테크닉은 갖고 있다. 하지만 평소 각종 평론업계에 존재하는 보신주의의 폐해를 목격해온 자로서, 그러한 기초 상도의 위반 행위를 할 수는 없음이다. 하여 필자는 이렇게 적을 수밖에 없다.
○소장은 필자의 과거 행적에 대해, 생년월일시와 성명 외에 거의 아무런 사전정보도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필자의 본격 사회생활 개시 시점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변동추이를 거의 ±1년 오차범위 내로 묘사해내고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한동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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