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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18 17:06 수정 : 2012.07.18 17:06

[매거진 esc] 나의 점집문화답사기
사주점편 ⑤ 과거예측(중)

지난 회, ○소장이 필자의 과거 행적을 ±1년의 정밀도를 가지고 묘사해냈다는 얘기까지 했다. 구체적으론 이런 식이었다. ‘○세부터 ○세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부터 하고자 하는 일을 시작했고, 그러다가 ○세부터 ○세까지는 여러 영역을 경험했으며, ○○살부터 ○○살까지 성과가 엉뚱한 사람들 손에 갔으나, ○○살부터는 상황이 전환적 양상에 접어들어 등등등….’ 이런 구체적 과거 묘사를 별다른 힘 들이지 않고, 심지어는 필자의 얼굴조차 보지도 않은 채, 오로지 그 정체불상의 노트북만 보며 내놓았다는 것이다.

자, 이 대목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불신지옥적 가설들을 세워볼 수 있겠다. ① 필자의 얼굴과 행색을 보고 즉석 추측했다. ② 알고 보니 필자의 지인 누군가가 ○소장과 절친이다. ③ ○소장의 노트북에 저장된 것은 놀랍게도 모 기관의 민간인 사찰 문건 원본이었다. ④ ○소장이 필자에 대해 사전 뒷조사를 했다.

일단 ①번 가설. 그 짧은 시간 동안 얼굴과 행색만 보고 그 정도의 추측을 해냈다면 그게 더 놀랍다. 안 놀라우시다고? 그럼 직접 한번 해보세요. 그리고 ②번에 대해서는 필자의 직계가족은 물론 필자의 인생을 오랫동안 관람해온 지인들을 전수조사하였으나 해당사항 없음이었으며, ③번 가설에 대해서는, 뭐, 현 시국이 별별 일 다 생기는 초현실적 시국이니 속단할 수야 없겠다만,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모 기관이 한가하다 해도 필자 같은 인물까지 불법사찰씩이나 했을 리 만무하므로 이 또한 기각.

그럼 결국 ④번 가설이 그나마 가장 강력한 가설일 텐데, 이 칼럼의 첫 회가 나간 날짜가 ○아카데미 방문 전날이었으니, 그 개연성은 꽤 높은 수준이라 하겠다. 하지만 인터넷 등을 통하여 검색할 수 있는 필자 관련 정보라 해봐야 동네 중국집 전화번호 수준의 공개성을 지닌 정보일 뿐인데다, 필자의 이름을 검색하면 필자보다도 축구선수 한동원씨가 먼저 검색돼 나오는 형국이니 이 또한 설득력 없다 판단되었고(이참에 잠시 내용과는 아무 상관없이 한동원 선수의 건승을 기원) 더구나 이들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필자의 지인들 전원이 일제히 들고일어나며 ‘○소장은 그렇게 한가한 분 아니시다’라며 적극 반론을 펼쳤던바, ④번 가설은 명함조차 내밀어보지 못한 채 스산히 돌아서야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사안이 하나 있다. 필자는 ○아카데미 방문 시, 신분 은폐를 요청한 지인을 대동하였는데, 이 지인의 과거에 대해서도 ○소장은 거의 비슷한 정밀도의 묘사를 해냈다. 그런데 당 지인은 페북도 트위트도 거의 않는 은폐형 직장인이므로 ③, ④번 가설 최종 기각.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이러한 과거 적중이 가능했던 걸까? 모른다. 그거 알았으면 답사 이런 거 안 하고 있지. 아무튼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소장에게 직접 질문했던 내용이 있으므로 그때 다시 논하기로 하고, 지금은 더 중요한 내용, 즉 과거 예측과 함께 언급되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 (다음 회에 계속)

한동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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