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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01 16:57 수정 : 2012.08.01 16:57

[매거진 esc] 나의 점집문화답사기
사주점편 ⑥ 과거예측 (하)

지난 회, 우리는 ○소장의 과거예측에 대한 각종 불신지옥적 가설들을 검토해 보았다. 그럼에도 필자는 혹시 있을지 모를 사각지대를 향해 도끼눈을 풀지 않고 있었으나, 곧 이어진 코멘트로 인해 최후저항선까지 위협받았더랬으니, 여기 그 일부를 그대로 옮겨보도록 한다.

“(전략) 그래서 님의 사주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통해서 커리어를 발전시켜가는 사주입니다. 즉, 논리 쪽보다는 창의적 밸류가 더 강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모든 일에 대해서 본인만의 각도로 어프로치하게 되고, 따라서 글을 쓴다거나, 미디어와 관련된 일을 한다거나, 문화 콘텐츠 쪽 일을 하고 있거나. (후략)”

이거 만들어낸 얘기 아니냐고? 볼펜 한 자루 껌 한 알 협찬 못 받은데다, 업계 표준의 거의 배액을 상회하는 상담비까지 지불한 필자가 대체 뭐 생기는 거 있다고 그런 수고를 하겠는가. 더구나 필자는 현 직업에 관해서 스스로도 평소 의아해(또는 희한해)하는 구석이 있었던 관계로 이 코멘트는 더욱 인상적이었던바, 자, 이 대목에서 어쩔 수 없이 개인적인 얘길 좀 해야겠다. 필자는 사실 글을 쓰는 쪽보다는 오히려 ○○쪽의 성향을 훨씬 강하게 타고났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해왔고 주위의 의견도 같았다. 그 정도로 두드러진 성향이었다. 하여 필자는 당연히도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마다 그에 맞춘 의사결정을 해왔는데, 중간정산 결과, 보시다시피 필자는 ○○과는 전혀 다른 일, 즉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흡사 강력한 조류를 만난 배처럼. 한데 ○소장은 ○○쪽의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채 필자의 직업을 거의 정확하게 언급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강조드린다만, 필자는 그때까지 “안녕하세요”와 생년월일시 및 성명 알려주기 외에는 일체의 말/감탄/신음/표정/제스처도 노출치 않았다.

그렇다면 결국 필자는 이런 직업을 갖도록 ‘운명 지어져’ 있었다는 걸까? 아니면 이는 그저 우연의 일치일 뿐일까? 이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계속하기로 하고, 일단 위 코멘트에 대한 반론/냉소/의혹/의심을 끝까지 해보자. 하긴 필자가 독자라도 그럴 것 같다. 대충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 직장인은 아닌 것 같고, 그럼 뭐, 여기를 찾는 사람들 중 대충 그런 쪽 종사자들이 많으니 얼추 찍어보면 대략 그쪽 계통…. 뭐 이렇게 때려맞힌 거 아니냐고 할 것 같다는 얘기다. 하지만 앞뒤 없이 위 얘기만 덜렁 내놓았을 경우의 얘기다. 지금까지 지면에 적어드린, 그리고 지면관계상 채 다 적어드리지 못한 그 많은 적중들은 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무튼 필자 내면에서 전개되던 이러한 골룸형 의심/반박 행각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소장은 다음과 같은 기습적 발언을 통해 필자를 고뇌의 도가니탕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본인의 직업적 반경이나 성향에 대해 큰 흐름으로 말씀을 드렸는데요, 자, 실제로는 어떤가요? 어떤 직업이신지요?”

어떻게 할 것인가. 필자의 신상, 털 것인가 말 것인가. (다음 회에 계속)

한동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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