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8.29 17:16 수정 : 2012.08.29 17:16

[매거진 esc] 나의 점집문화답사기
사주점편 ⑧ 미래예측 (중)

지난 회, 어쩐 일인지 진지하게도 운명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 바 있던 당 칼럼. 하지만 필자는 새삼 칼럼 시작과 함께 세웠던 작두날과도 같은 원칙, 즉 순수 답사자로서의 얄팍하고도 수박 겉핥기스런 시점을 일관되게 유지하겠다는 원칙을 유지하지 못했음에 대한 책임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통감, 일단 우리 모두의 관심사인 ○소장의 단기 미래예측과 그 결과부터 우선 짚기로 한다.

필자는 ○보살 답사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 역시 그 적중 여부를 빠르고 편하게 검증할 수 있는 단기 미래예측을 ○소장에게 요청하였던바, 그것은 ‘A 할까요, 말까요’ 문형의 단답형 오엑스 질문이었더랬다. 사실 이는 필자가 이미 A 하는 것으로 마음의 결정을 해두고 있던 사안이었는데, ○소장은 이 대목에서 상당히 예상을 벗어나는 답변을 내놓았다. 뭐냐면, 필자와의 대화 과정에서 A가 A1과 A2로 나눠질 수 있는 사안임을 파악한 ○소장은 다음과 같은 ‘휴먼 멘토링’을 시행하였다는 것이다. “A1은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해보시고, A2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이었다. 왜냐. 굳이 따지자면 A는 A1과 A2로 나눌 수 있었으나, 사실 A1과 A2는 A라는 한 덩어리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굳이 쌍쌍바를 좌쌍쌍바와 우쌍쌍바로 나누어 칭하지 않듯. 그런데 ○소장은 어차피 혼자 다 먹을 쌍쌍바를, 굳이 반으로 쪼갠 다음 그중 오직 한쪽만을 취할 것을 권장했던 것이다. 대체 왜? 그 배후에 깔린 운명철학적 이유를 묻는 필자의 질문에 ○소장은 ‘A2는 여러 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다소 애매한 답을 내놓았을 뿐, 그 운명철학적·사주팔자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속시원히 밝히지 않았던바, 이는 과거예측 내내 그가 보여주던 도발적이리만치 명쾌했던 언변과는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필자는 어떻게 했으며 그 결과는 어떠하였던가? 위에 적은 대로 쌍쌍바를 둘로 쪼개 그중 한쪽만 섭취하라는 소장의 조언을 따르지 않고, 애초 정해둔 대로 전부를 섭취하였고, 그 결과 좌쌍쌍바와 우쌍쌍바 양쪽 모두에서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일단 이 결과만 놓고 본다면 결국 쌍쌍바는 애초부터 좌우분리가 가능치 않았던 유기적 합일체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므로, ○소장의 단기 미래예측은 빗나갔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소장의 조언대로 쌍쌍바를 애써 둘로 쪼개 한쪽을 버리고 한쪽만 취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에 대해서는, 가보지 않은 길이므로 일백프로까지 확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약 구십팔 쩜 칠 프로까지는 가능하겠다만.

그런데 ‘과거예측’에 대해서는 민간인 불법사찰 수준의 정밀도를 보였던 ○소장이, 단기 미래예측에 와서 갑작스러운 제구력 난조를 보이기 시작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답은 다름 아닌 ○소장 스스로 내놓았던바, 이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계속.

한동원 소설가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한동원의 나의 점집문화답사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