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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17 17:41 수정 : 2012.10.17 17:41

[매거진 esc] 나의 점집문화답사기
⑪사주점편 결산(하)

지난 회에 이은 역삼동 ○소장의 결산 마무리이자 대망의 사주점편 마지막 회.

③ 점쟁이냐 재야학자냐: “저는 점쟁이가 아닙니다”라는 말뿐 아니라, 하우스의 공식 명칭이 ‘○아카데미’인 것만 보아도 ○소장은 ‘점쟁이’라는 호칭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이에 덧붙여 그는 “제가 특별한 건 아닙니다. 옛날에는 저 정도로 원리를 알고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 시대에 이 분야의 공부가 도태돼 있을 뿐이죠”라고 말했던바, 이 발언은 사실 목에 힘을 좀 줘도 괜찮을 정도의 과거적중 능력을 보여준 뒤 내놓은 것인 관계로 인상적이었다. 각종 반말·윽박·역정·욕설·과장·선전·협박 등등을 통해 자기과시 및 방어에만 힘쓰는 점술자들이 난무하는 판에 말이지.

아무튼 그래서, 결론은 뭔가. ○소장은 사주 특성화 재야학자인가 아니면 일개 점쟁이일 뿐인가. 이러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관련 대화가 너무 부족했던데다, 아시다시피 필자의 동양철학 관련 소양의 깊이가 거의 나노단위이므로 이 역시 확정판결 내릴 수 없음이다. 다만 그가 보유한 내공이나 엘레강스함이 어떠하였든, 사람들이 점술행위를 기대하며 그를 찾고, 또 그가 그들로부터 ‘상담료’를 수령하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점술자다. 사람은 결국 말이 아닌 행동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것이므로.

④ 복채(a.k.a. 상담료): 이 자리를 통해 ‘적정 복채’를 산출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만, 앞서 밝혔듯 ○소장은 일반 점집들에 비해 훨씬 높은(거의 2~3배 정도) ‘상담료’를 수령하고 있었던바, 복채의 가격 대 성능비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는 물론 적중률·개인취향·멘트에 대한 만족도 등에 의해 크게 달라질 것이다만, 눈에 보인 것들만을 유효타로 간주하는 당 칼럼에서는 과거적중 퍼포먼스 관람했다는 차원에서 ‘비싸지만 크게 당했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음’ 등급을 매기겠다. 이는 필자의 점집 마니아 지인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부분이었는데, 그중 누군가는 ‘함량미달 점집 열번 가느니 ○아카데미 한번 가는 편이 더 낫다’고 기염을 토하더라만, 끙, 도대체 얼마나 점집에 자주 가길래 그런 계산이. 암튼.

그렇지만 뭔가 진지한 자세와 태도로 단기미래 의사결정을 의뢰코자 그를 찾아간다면 극구 말리고 싶다. 복채 천원 균일에 3개월 무이자 카드할부라 해도 말이다. 왜냐. 일단 필자의 경우엔 단기미래 예측은 전혀 맞지 않았고, 맞았는지 여부를 떠나 다른 사람도 아니라 ○소장 자신이 본인을 ‘기’(技)에 치우친 점쟁이가 아니라 ‘사람들의 타고난 소명을 알려 본인에게 맞는 길을 가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 거라면, 그냥 나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절친들에게 복채에 상응하는 액수의 향응을 제공하면서 이런저런 얘기 묻고 듣고 나누는 편이 훨 밀도 높지 않을까 하는 것이 사주점편을 끝맺는 필자의 최종 결론. (사주점편 끝)

한동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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