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0.31 17:52
수정 : 2012.11.01 11:30
[매거진 esc] 나의 점집문화답사기
쉬어가는 페이지-‘삼재’에 대하여
기나긴 사주점편 뒤 잠시 쉬어가는 차원에서 오늘은 이른바 ‘삼재’(三災)에 대한 얘기.
당 칼럼이 점집업계의 양대 산맥인 신점과 사주점의 신진주자에 대한 답사를 수행하는 동안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공통점이 발견됐다. 양쪽 모두 ‘삼재’라는 단어를 전혀 입에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유명한 삼재가 뭔지, 평소 이슬을 주요 영양공급원 삼고 있는 필자로선 전혀 모르겠다만, 알건 말건, 이제껏 필자가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점술자들에 의하면 필자는 대략 20년 연속 삼재 상태에 있다(첫 삼재, 중간 삼재, 막 삼재, 지금 막 입삼재, 이제 곧 들삼재, 머지않아 날삼재 등등등). 그렇다. 그들에 의하면 필자는 삼재의 회전문 틈에 낀 채 영구운동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많은 독자 여러분께서도 아마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것이다. 좀 안 좋은 일이 연속으로 생긴다 싶으면 거의 반사적으로 ‘내가 지금 삼재인가’ 하는 생각을 떠올리신 경험 또한. 그런데 이렇게 ‘삼재’라는 단어가 널리 살포된 이유는 뭘까. 필자의 5분간 집중 염력분석 결과, 삼재의 뜻이 ‘재난 3종 세트’라는 사전적 의미와는 무관하게 일반인들 사이에서 은연중에 ‘3년간의 재수 없음’의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그 원인으로 추정되었다.
|
한겨레 자료사진
|
뭔 소리냐. 삼세번, 스리고, 삼복더위, 고 삼, 삼팔광땡 등등등 우리는 대대로 3이라는 숫자를 숭앙해왔으며, 이에 인생 또한 3년 단위로 쪼개 사고하는 경향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고, 점술자들은 이를 매우 편리한 점술용 장치로 이용해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앞으로 3년 동안 해외여행은 무조건 안 돼. 내후년까지 빨간 차도 절대 타지 말고” 등등의 대사를 칠 수 있는 찬스 등으로 말이다.
더구나 삼재라는 용어의 공식 의미에는 ‘9년 주기로 돌아오는’이라는 뜻도 때마침 함유돼 있어, 삼재를 입삼재/들삼재/날삼재 등의 정체 및 영문 불상의 삼재로 또다시 3배 증폭시킴으로써 무려 9년 동안 피점술자의 왠지어딘지불안불안 심리를 확보할 수 있었고, 결국 필자의 ‘20년 연속 삼재’와 같은 운명철학사 미증유의 사태까지 낳고 만 것이다. (이는 점술자들이 피점술자의 미래에 큰 변곡이 일어날 시점을 대략 3년 뒤 정도로 퉁쳐 잡는 것과 크게 무관하지 않다 사료된다. 생각해 보시라. 3년 전 점술자가 한 미래예측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시는가? 3년 후 그것이 적중되지 않았다 따지기 위해 그 점집에 다시 쳐들어갈 것인가? 3년은 미래적중 실패로 인한 입소문 악화와 그로 인한 영업손실 등의 리스크를 회피할 최소 어음회전 기간이다.)
이렇게 삼재라는 용어는 ‘영구 삼재’의 부작용을 속출시킴으로써 마니아들의 원성 및 항의 및 환불지심을 자극해 왔고 최근 급속히 폐기되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 ○보살과 ○소장, 두 신진 점술자를 통해 확인되고 있었다, 는 것이 성급한 일반화를 통해 도출한 필자의 결론인데, 이것은 과연 성급한 일반화일 뿐일까.
한동원 소설가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