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16 18:39
수정 : 2013.01.16 18:39
[매거진 esc] 나의 점집문화답사기
사주점편 외전-성명점편 ⑤
지난 회, 숙달된 조교 ○○○씨에 대한 ○○할머니의 성명철학적 분석 결과 및 그에 대한 ○○○의 채점 결과까지 말씀드렸다. 아래는 그 표다.
[표1, 2] ○○할머니의 점술 결과 및 숙달된 조교 본인의 채점 결과(5점 만점)
① 두뇌가 명석(3점) ② 정의파다(5점) ③ 아부를 못한다(5점) ④ 눈물에 약하다(5점) ⑤ 항상 꿈을 꾼다(4점) ⑥ 애들을 좋아하여 교육계 적성(4점) ⑦ (배우자는) 남들이 뭐라건 본인이 원하는 사람 선택(5점) ⑧ 평생 동안 직업을 갖는다(3점) ⑨ 희생봉사 정신(4점) ⑩ 소수자 편에 서는 기질(5점) = 평균 4.3점
한데, 위 표의 내용을 자세히 보자. 좀 헷갈린다. 과연 이것은 각 항목의 적중률 채점 결과인가? 아니면 항목 내용에 대한 흡족도 평가 결과인가? 잘 보시면 위 항목 중 뭔가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항목은 거의 없을뿐더러, 특히 나 ○○○씨가 흡족히 5점 만점을 매긴 항목들은 거의 접대향응에 가까운 멘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씨가 3점을 매긴 두 항목(①과 ⑧)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⑧번 항목이 3점인 이유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평소 ○○○씨가 편안하고 안락하게 유유자적하는 목가적 말년에 대한 로망을 수시로 토로하였던 점에 주목한다면 말이다.
반면, 매우 듣는 사람 프렌들리한 ①번 항목이 3점인 것은 ○○○씨가 제법 길고도 화려한 가방끈의 소유자인데다 주위로부터 이지적인 엘리트라는 평을 듣고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의외였다. 이는 이후에 쏟아질 지적 능력 검증 공세와 직장 내 일거리 독박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보험공학적 포석이라 보이는 가운데, 아무튼, 여기서도 관찰되듯 피점술자는 보통 자신에게 우호적인 점술 결과와 점술자에게 호감을 갖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적절한 오차보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냉정한 관찰자적 시점을 보유한 제3자의 평가가 추가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제3자란 누구인가. 물론 필자다.
[표3] ○○할머니의 점술 결과에 대한 필자의 채점 결과
① 3점 ② 4점 ③ 5점 ④ 5점 ⑤ 3점 ⑥ 3점 ⑦ 5점 ⑧ 데이터 부족으로 평가 불가 ⑨ 2점 ⑩ 4점 = 평균 3.78점
흠. 보시다시피, 필자가 오랜 절친 ○○○씨와의 인간관계를 전면 위험에 노출시키면서까지 냉정(거의 냉혹)하게 매긴 평가에서도 ○○할머니의 점술능력은 비교적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하지만 잠깐 기다리시라. 이렇게 적중 여부에만 집중하면서 우리가 결정적으로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다음 회에 계속)
한동원 소설가 @HahnDo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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