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27 18:29
수정 : 2013.02.27 18:29
[매거진 esc] 나의 점집문화답사기
관상집편 ①
일단 퀴즈 하나. 필자가 당 칼럼 연재 중 가장 많이 접한 질문 1위는? 짐작하신 대로 “그 점집 어디? 전화번호는 뭐?”이다. 그렇다면 2위는? 이는 다름이 아니오라 “그 점쟁이, 얼굴하고 차림새로 대충 때려잡은 거 아냐?”였던바, 과연 그러한 것일까. 점술자들은 장르 콘셉트 불문하고 눈꼬리 각도/인중 길이/다리떨기 진동수/눈 깜빡임 빈도/맞장구 세기 등을 종합하여 피점술자의 각종 면모들을 간파해내고 있는 것일까.
평소 답사자 본연의 불신지옥/의심본위/야매불가의 자세를 굳건히 견지해온 필자, 이 해묵은 의혹을 더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어 이참에 아예 관상(觀相)집을 답사하기로 전격 결정하였다. 그렇다. 타 장르 점술자들이 ‘외모로 때려잡기’를 그리도 잘해냈다면, 그걸 대놓고 전문분야 삼고 있는 관상 점술자는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내놓겠냐 이 말이지. 아아, 기대감에 벌써부터 온몸이 무당집 대나무 떨리듯 떨리어 오누나!
지난 회 조교 투입에 맛들인 필자. 금번 답사에서 역시 숙달된 조교를 투입하기로 하였는데, 특기할 점은 금번의 조교 ○씨는 오래전 안면 특정부위를 의료행위 통해 미세조정한 경험이 있는 분, 즉 성형수술 경험이 있는 분이라는 점이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씨는 안면 전역을 일제히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재건축형 성형에 비하면 거의 했다고도 할 수 없는 매우 약소한 수술을 받은 관계로, 관상집에 투입될 조교로서는 다소 부적합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되었더랬으나, 모름지기 관상은 미세한 이목구비 상의 차이도 모두 운명철학적 변수로 친다는 첩보 하에 필자는 ○씨를 투입하기로 최종결정하였다.
하긴 그렇다. 최근 각종 성형광고에 등장하는 페이스오프급 성형의 경우엔 ‘비포’와 ‘애프터’를 도저히 관상학적 동일인으로 간주할 수 없고, 고로 점술멘트의 적중 여부 판별 역시 원천 불가능할 것이다. 흠. 그래서야 곤란하지.
그리하여 필자는 마니아 추천뿐 아니라 각종 공인된 루트를 통해서도 관상집의 최고봉으로 거론되는 관상술자 ‘#선생’의 하우스의 답사길에 오르게 되었으니, 당 하우스는 말 그대로 하우스, 즉 선생의 자택이었다.
한데, 주로 한강변에 포진하고 있던 이제까지의 답사처들과는 달리 #선생의 하우스는 서울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 면에서 드높은 난도를 자랑하고 있었던데다가, 하필 답사 당일 폭우까지 겹쳐 필자와 ○씨가 잡아탄 택시의 미터기는 #선생의 하우스 근방에도 못 미친 지점에서 이미 웬만한 점집의 복채를 훌쩍 상회하는 요금을 아로새기고 있었다. 더구나 숙달된 조교 ○씨는 금번 답사를 위해 특별히 직장에 휴가까지 냈던바, 필자의 흥행부담 및 본전회수 압박은 역대 최고 수준을 훌쩍 상회하고 있었다.
아아, 과연 관상업계 1인자라 알려진 #선생은 드높은 ‘외모로 때려잡기’ 능력을 보임으로써 필자의 우려를 말끔히 일소하고, 외모추정설을 확증해낼 수 있을 것인가! (다음 회에 계속)
한동원 소설가 @HahnDo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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