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2.02 15:54
수정 : 2012.02.02 15:56
화장품 읽어주는 남자
우리는 매일 화장품을 바른다. 언제부터 왜 바르기 시작했는지도 모르면서 매일 바른다. 자고 일어나서 세수를 했더니 얼굴이 땅겨서 바르고, 피부 좋기로 소문난 여배우가 쓴다고 해서 따라 산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쓰면 내일 당장 달라진 피부를 보여줄 것만 같은 신제품의 유혹이 너무나 달콤해서 산다. ‘지금 당신이 쓰고 있는 것보다 이만큼 더 좋아졌어요’라고 말하는데 그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이런 의심도 해본다. 성분이 업그레이드된 신제품, 효과도 더 좋을까?
점원한테 물어도, 온라인 게시판에 물어도 답은 늘 같다. 성분이 좋아졌으니까 효과도 더 좋겠지.
시작부터가 잘못됐다. 이런 의문을 갖고 신제품에 접근하면 구매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먼저 과연 그런 업그레이드가 꼭 필요한 것인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무슨 차이가 있냐고? 이제 곧 화장품 시장을 달굴 화이트닝 제품을 예로 들어보자. 화이트닝 제품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이야기 중 하나는 ‘앞으로 생길 색소의 침착(기미나 잡티)을 막아준다’는 거다. 얼핏 들으면 대단해 보인다. 에스에프(SF)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놀라기 전에 되새겨야 할 것은 기미나 잡티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화장품은 자외선 차단제라는 거다. 자외선이 피부 속으로 아예 못 들어오게 막는 것과 이미 들어온 자외선이 활동을 못하게 하는 것, 어느 것이 더 쉽고 간단하고 안전한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게다가 화이트닝의 기본은 피부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필요 없는 기미와 잡티를 없애는 작용을 하는 거다. 그러니 피부에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 자극이 싫다면 자외선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그만이다.
그것을 몰라서 못 하고, 귀찮다고 안 해서 생긴 기미와 잡티를 아무런 자극 없이 없애려는 건 욕심이다. 이런 욕심을 부추기는 게 화장품 광고고.
그래서 화장품을 대할 때에는 조금은 삐뚤어진 시각이 필요한 거다. 텔레비전이나 신문, 잡지에 나오는 신제품 광고에 귀를 기울이기 전에 왜 저런 화장품이 필요한지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피부 관리에 투자하는 시간과 돈을 줄이면서 좀더 나은 피부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황민영 <얼루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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