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05 17:26
수정 : 2012.12.08 13:34
[매거진 esc] 화장품 읽어주는 남자
연말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일이 많아진다. 그게 감사의 표현이든, 사모의 표현이든 중요한 건 선물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기분이 좋아야 한다는 거다. 그런 기준으로 볼 때 화장품은 절대 쉽지 않은 품목이다.
스킨케어는 피부 타입과 생활 습관, 선호하는 성분과 향까지 알아야 하고, 메이크업은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과 색, 질감을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향수는 또 어떻고? 향은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이 드러나는 품목이기에 가장 잘나가는 제품이나 예쁜 병 디자인으로 골랐다간 선물받는 사람의 화장대를 장식하는 값비싼 병 하나를 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내 돈 써가며 선물을 하면서 나 혼자만 만족하는 불상사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피부 타입도 모르고, 쓰고 있는 화장품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스킨케어 제품은 피하는 게 좋다. 세계적으로 수억병이 팔렸고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죄다 쓰는 스킨케어라고 해도 선물을 받을 사람이 써본 제품이 아니라면 직접 고르는 편이 나을 테니까. 그래도 주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다. 환불이나 교환이 가능한 영수증을 함께 첨부할 것.
메이크업 제품은 비교적 선물을 고르기가 쉽다. 받을 사람의 평소 메이크업 스타일을 눈여겨봤다면 색조는 자주 눈에 띄었던 색을 고르면 되니까. 일단 색이 잘 맞는다면 질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새로운 질감의 제품을 써보는 건 메이크업을 하는 또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자들이 기분 전환으로 쉽게 사는 화장품이 립스틱과 네일 에나멜이라는 거다. 선물로 주지 않아도 집에 넘쳐나는 게 색조화장품이다. 그만큼 받는 기쁨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을 수 있다. 기초 메이크업은 피부 톤이 어떤지, 좋아하는 제형은 어떤지를 알아야 하고, 쉽게 건조해지기 쉬운 날씨도 고려해야 한다. 알아야 하는 게 많은 만큼 당연히 실패할 확률도 높아진다.
향수는 그 사람에게 무슨 향이 어울릴까를 생각하기보다 평소 어떤 향이 났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이게 너한테 어울리는 향이야’라며 설득할 자신이 있다면 모를까, 선물을 하는 사람이 고른 향을 받는 사람이 원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으니까. 겨울에 어울리는 우드 계열의 향만 해도 수십, 수백가지가 있는데 그중 어떤 걸 좋아할지 제대로 알면 그게 더 신기한 거다.
이쯤 되면 무슨 화장품을 선물하라는 건지 답답할 수도 있겠다. 어려울 것 없다. 굳이 선물하고 싶다면 직접 물어보거나 함께 가서 고르는 게 가장 낫고, 그러기 힘든 상황이라면 다음으로 미루는 게 낫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 좋아야 하는 게 선물이니까.
황민영 <얼루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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