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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02 16:04 수정 : 2012.02.02 16:04

에프에프그룹과 시민들이 참여해 서울시의 디자인정책을 꼬집고 풍자한 ‘아이라이크서울’ 캠페인의 일부. <한겨레> 자료사진

[매거진 esc] 디자인 큐레이팅

인덱스어워드 2011 대상 받은 ‘디자인서울’의 명과 암

지난 몇 년간 디자인은,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었다’고 말하는 배우를 연상케 했다. 이 행운의 주인공은 데뷔 영화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더니, 연기력보다는 가십성 이슈들로 먼저 유명세를 치렀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가 덜컥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것이다. 그것도 공신력 있는 영화제에서!

2011년 9월1일,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에서 ‘디자인서울’이 호명되었다. 디자인올림픽, 2010 세계디자인수도 등 디자인 정책을 펼쳐왔던 서울시가 ‘디자인서울’로 인덱스 어워드 2011 디자인 대상(커뮤니티 부문)을 받은 것이다. 가만, 인덱스 어워드라면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멋들어진 모토와 디자인 관련 최대 규모의 상금을 수여하는 재색을 겸비한 상이 아니던가.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삶의 질’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에 주목하는 ‘착한 의도’ 때문에 디자인 관련 책을 집필할 때도 인덱스 어워드를 몇 페이지에 걸쳐 소개한 바 있었다. 그런 곳에서 ‘디자인서울’을 선정했다니. 반가움보다 의아함이 먼저 들었음을 고백한다. 뭔가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 이놈의 음모론.

디자인서울에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은 양면의 심상이 공존해왔다. 우선, ‘디자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거론되어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느낌을 준 것은 긍정적인 부분. ‘디자인’은 다양한 정책과 결합해 삶 곳곳에 적용되었다. 실제로 명동에 사는 지인은 남산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생겨난 산책로를 극찬하더니만 틈만 나면 남산을 거니는 웰빙녀로 변신했다. 관련 지원 사업이 많아져 디자인 유관자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얻게 된 것도 순기능 중 하나. 이들에게 디자인서울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사회 시스템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심미성만을 강조한 전시행정이라는 의혹도 만만치 않았다. 본질과 따로 떨어져 디자인이 그저 ‘이용’되고 있다고 느낀 디자이너(또는 디자인 전공자)들이 서서히 반응하기 시작했다.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에프에프그룹의 ‘아이라이크서울’ 캠페인이 그 대표적인 사례. 이들은 서울시가 제작한 홍보물 위에 시민의 의견을 반영한 스티커를 제작해 붙여 디자인 정책을 재기발랄하게 풍자했다. ‘서울이 좋아요’라는 기존 광고 위에 ‘서울은 원래 좋아요’라는 메시지를 덧붙이는 식이었다. 전시행정 비판이 재치 있는 표현으로 진화한 것은 확실히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아, 그렇게 치면 이것도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삶을 위한 계기를 마련한 셈이겠다.


이제는 그 배우의 뉴스를 더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국외 수상으로 재기를 꿈꾸는 ‘디자인서울’은 타 부문 수상작, 후보작들과 함께 2013년까지 세계를 돌며 전시회를 한다. 더불어 10만유로(약 1억5000만원)의 상금은 서울 태평로 신청사에 전시할 ‘즐거운 디자인’ 작품을 설치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부디 이를 보며 디자인서울의 수상에 진심으로 박수칠 수 있기를. 그 많던 디자인은 어디로 갔을까, 문득 되새기던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디자인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그런 의미로 이번 주말에는 남산의 산책로나 거닐어봐야겠다.


김선미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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