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14 18:00
수정 : 2012.03.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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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졌던 공장 지대에서 창작 지대로 거듭나고 있는 798예술구. 김동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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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디자인 큐레이팅
공장지대의 화려한 변신, 그 안의 창조적 에너지
미국 뉴욕의 소호,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그리고 중국 베이징 798예술구의 공통점은? 모두 버려진 발전소, 공장지대 등이 예술의 메카로 진화한 사례들이다. 다른 두 지역에 비해 조금 낯선 798예술구는 베이징의 다산쯔(大山子) 지역에 있는 갤러리 및 아틀리에 블록으로 그 규모만 60만㎡에 이른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던 때가 2007년 무렵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큰 규모에 비해 콘텐츠가 부실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오히려 전형적인 바우하우스 양식(이곳은 1950년대 소련이 건설을 지원하고 동독이 설계를 맡아 만들어진 군수산업 기지였다)의 건물 외관이 더 흥미로웠을 정도. 한때 철거설도 무성했으나 2006년 정부가 문화창의산업 집중구로 지정한 이후 지금은 <타임>, <뉴스위크>, <포천> 등에서 ‘세계에서 가장 문화적 상징성과 발전 가능성이 있는 예술도시’로 선정될 만큼 그 콧대가 높아진 상태다. 실제로 최근 798예술구는 기민한 유럽과 아시아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확실히 양적으로 또 질적으로도 맹렬히 성장중이다.
그 성장의 흐름 속에서 ‘798구락부’라는 한국인 크리에이터 모임을 만났다. 포토그래퍼, 영화 제작 피디, 언론사 특파원, 아트디렉터 등 베이징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들로 구성된 이 흥미로운 ‘사교모임’은 벌써 1년 넘게 매달 한 번씩 이어지고 있다.
현재 베이징의 문화 흐름, 그리고 중국과 한국의 문화·예술의 소통지점에 관한 이야기가 모임의 주된 화제. 798구락부를 처음 만든 시컴퍼니(C COMPANY) 김동욱 대표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포토그래퍼로 활동한 실력파로, 3년 전 798예술구에 반해 아예 그곳에 스튜디오를 차리고 정착한 경우다.
그는 얼마 전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중국과 한국 디자인의 교집합을 근간 삼아 중국 컨템퍼러리 리빙아트전을 기획하기도 했다. 페어 기간에 함께 열린 다양한 세미나 중 ‘중국 디자인 트렌드’ 세션에 가장 많은 신청자가 모였다는 점은 중국 현대 문화와 예술의 성장에 비례해 국내에서도 그 관심이 늘어났다는 증거이다. 앞으로도 798예술구를 터전 삼아 다양한 방식의 문화적 소통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하니 전세계 핫이슈인 중국 현대 예술 및 디자인을 어떻게 해석하고 또 국내에 접목해 나갈지 이들의 다음 행보가 사뭇 기대된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매캐한 공장 연기로 가득했던 798지역은 에너지 넘치는 예술가들과 이들을 주목하는 대중들에 의해 또다른 의미의 발전소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그리고 798구락부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크리에이터들은 오늘도 그 안에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동력 삼아 문화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있을 것이다. 꽃 피는 봄이 오면 그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으러 다시금 베이징에 들러볼 참이다. 2004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다산쯔국제예술제도 4월 말쯤이니 일정을 맞춰봐도 좋겠다.
김선미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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