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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28 18:05 수정 : 2012.03.28 18:05

[매거진 esc] 디자인 큐레이팅

홍대앞 주민들과 디자인 관계자들의 사랑방으로 자리잡은 동네서점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은 외식을 꽤 자주 했다. 정신과 육체의 조화 차원이었는지 부모님은 외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면 어김없이 서점에 들러 동생과 나에게 책을 고르게 하셨다. 의젓해 보이고 싶은 첫째 속성 덕분에 이야기 명심보감 같은 필독 도서를 골라 들곤 했지만, 여하튼 부모님 덕분에 나는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것에 취미를 붙인 어린이로 성장했다. 그때만 해도 동네마다 꽤 여러 개의 서점이 있었고 또 각기 입고한 책들이 달라서 보물을 찾듯 헤집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책에 대한 내 취향은 내밀하고도 주체적으로 자라났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내 내밀한 취향의 아지트였던 동네서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빠른 배송이나 할인율 같은 치명적 매력(!)으로 무장한 인터넷 서점 때문에 우리는 펼쳐보지도 않고 책을 한 무더기씩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게다가 대형서점들의 명당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분야별 베스트셀러는 어쩜 그리 하나같이 똑같은지, 취향을 강요당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러니 좁은 서점에서 책 고르기 삼매경에 빠져 있던 내 유년시절을 만나려면 천생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밖에. 그 시절이 그리웠다.

땡스북스 제공
한데 나와 같은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최근 3~4년간 서울에만 해도 매력적인 동네서점들이 속속 눈에 띄고 있으니 말이다. 독립 출판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채널(마포구 상수동 유어마인드)도 있고 국내외 잡지·서적뿐만 아니라 가방이나 음반 같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용산구 한남동 포스트 포에틱스)도 있으며, 회원제 위탁판매를 하는 헌책방(종로구 창성동 가가린)도 있다. 그중 유난히 내 발길을 끄는 곳이 있었으니 동네서점이라는 개념에 ‘디자인’이 보기 좋게 스며든 ‘땡스북스’(사진)가 바로 그곳이다. 베스트셀러와는 상관없이 콘텐츠와 디자인 균형이 잘 맞는 책들을 우선 선정하기 때문에 디자인 유관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곳. 지난해 3월에 문을 열었으니 이제 딱 1년째인 이곳은 유흥가와 술집의 난립으로 본래의 색을 상실한 홍대 서교동에서 여전히 성업중이다. 주인장을 닮은 듯한 땡스북스 캐릭터부터 눈에 확 띄는 노란색 간판, 매대에 놓인 책들과 지류까지, 이곳은 부드럽지만 명확한 취향이 모여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이기도 한 주인장 이기섭 대표는 그저 홍대 앞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동네 사랑방 구실을 하고자 하는 ‘친근한’ 의도로 땡스북스를 시작했다. 실제로 동네 주민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출판사와 함께하는 저자 강연회, 전시회, 세미나, 워크숍 등도 활발히 기획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땡스북스는 얼마 전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2호점을 열었다고 한다. 취향의 가닥들이 곳곳에서 제 힘으로 뻗어 나가고 있구나, 반가운 마음마저 든다. 이렇게 좋아하는 책을 편안히 고를 수 있는 동네서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저마다의 취향과 정서를 가득 품은 채.

김선미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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