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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18 17:28 수정 : 2012.07.18 17:28

김선미 제공

[매거진 esc] 디자인 큐레이팅
멋 좀 부릴 줄 아는 남자들의 이야기
➌ 새로운 남성 취향의 플랫폼 샌프란시스코 마켓

누군가의 선물처럼, 티브이 드라마 속에 홀연히 꽃중년 4인방이 나타났다. 드라마는 여자들이나 보는 뻔한 이야기라고 폄하하던 40대 남성들이 슬며시 티브이 시청 브이아이피(VIP) 영역에 엉덩이를 들이밀기 시작했고, 그렇게 등장인물의 스타일을 통해 학습된 남성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소문자 ‘b’ 몸매를 원망하며 주말에 유례없던 쇼핑 계획까지 세웠다. 신사들의 아이템들은 완판을 기록하며 언제나 그렇듯 욕망은 자본으로 치환됨을 증명하지만, 문제는 옷이 아님을. 똑같은 옷을 입는다고 해서 장동건 같은 꽃중년이 되기란 쉽지 않을 터였다. 여하튼 남자들의 취향은 미디어를 통해, 또한 스스로 자각하기 시작한 남성들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확장되며 삶의 이곳저곳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한 남성지에서 부토니에르(Boutonniere)를 부록으로 증정한 적이 있다. 부토니에르는 프랑스어로 ‘단춧구멍’이라는 뜻으로, 남자의 정장 또는 턱시도 좌측 상단에 꽂는 꽃을 의미한다. 결혼식 등과 같은 행사에 꽂는 것이 유래가 되었으며 현대 남성 패션에서 이 부토니에르는 멋 좀 부릴 줄 아는 남자들의 인기 액세서리로 자리잡고 있다. 내가 이 부토니에르를 인상 깊게 본 곳은 남성 편집매장 샌프란시스코마켓에서였다. ‘라르디니’라는 이탈리아 클래식 브랜드 재킷에 앙증맞게 꽂혀 있는 컬러풀한 부토니에르를 처음 보고는 여자인데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재킷뿐만 아니라 흔히 볼 수 없었던 스타일과 색감, 재질의 여러 남성 제품들 때문에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이곳 오너가 이탈리아에서 패션을 공부했고, 현지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는 것은 한참 뒤에나 알게 된 사실이다.

어쩐지. 경험치는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는 법인가 보다. 직접 만나본 한태민 대표는 프티스카프에 독특한 패턴의 프린팅 셔츠를 입은, 역시나 범상치 않은 스타일의 소유자였다. 그는 지금처럼 편집매장이나 남성 패션 브랜드가 많지 않던 2005년,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을 전하고자 샌프란시스코마켓을 시작했다.

그리고 7년이 흐른 지금, 샌프란시스코마켓은 남성들의 패션, 라이프스타일 아지트로 각광받고 있으며 유니페어(구두), 라 피네스트라(신개념 맞춤슈트숍)라는 또다른 브랜드까지 탄생시켰다. 한태민 대표는 은갈치 슈트, 아저씨 양복 등으로 대변되는 한국 남성의 스타일에 다양성을 더하고자 한다.

“어떤 옷들이 잘 팔릴까를 고민하기 전에 내가 입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아서 그걸 바잉해요. 그러면 대부분 소비자에게도 어필하더라고요.” 그는 바이어의 취향이 가치를 만든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샌프란시스코마켓에는 그의 사고방식과 태도가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편안하게 누구나 들어와서 스타일에 대해 논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마켓’이라는 공간적 개념을 차용한 브랜드 이름에서조차도. 그렇게 그는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이 취향을 가질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었다.

김선미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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