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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15 19:09 수정 : 2012.08.15 19:09

김선미 디자인 칼럼니스트 제공.

[매거진 esc] 디자인 큐레이팅
서체에 대한 인식 높아지면서 일반인 참여 강좌도 생겨나

서울 마포구 인근에 ‘제너럴빌딩’이라는 이름의 건물이 있다. 내가 이 건물을 기억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타이포그래피의 미묘함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입구에 쓰여 있는 건물명 중 ‘럴’ 자 때문인데 네모 칸 안에 ‘제너러’까지 썼다가 미처 ‘ㄹ’ 받침을 칸 안에 못 넣어 아래에 슬쩍 밀어 넣어버린, 뭔가 부조화스러운 느낌의 전형(사진)이었다. 한두 번 지나갈 때는 미묘하게 ‘럴’ 자만 걸리더니 이게 웬걸, 그 옆에 쓰인 ‘빌딩’은 ‘럴’과 상대적으로 크기가 달라 소외받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간 제너럴빌딩 근처를 지날 때면 그 다섯 글자가 저마다의 크기와 비율을 유지한 채 내 머릿속을 동동 떠다녔다. 맙소사, 정말 건물주를 찾아가 저 건물 타이포그래피 좀 바꿔달라고 요청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난 타이포그래퍼가 아니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렇듯 일상의 경험을 통해 체감하곤 한다. 우리는 하루 동안 수많은 타이포그래피와 마주한다. 도심 속 간판도, 펼쳐 든 소설책 안에서도 우리는 무수한 활자와 대면하며 가독성과 심미성 사이를 무의식적으로 오가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그 유명한 스탠퍼드대 졸업 축사에서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청강했던 일화를 소개한 바 있다. 그는 리드 칼리지 중퇴 후 청강을 하면서 타이포그래피 관련 수업을 듣게 되었고 세리프, 산세리프 서체에 대한 인식과 다른 글자들을 조합하는 다양한 방식, 즉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10년 후 스티브 잡스가 첫번째 매킨토시를 구상할 때 그것은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영국에는 이름만 들어도 흥미로운 ‘타이포그래피 투어’도 있다. 유시엘(UCL·University College London) 도시연구소에서는 런던의 상징인 빨간 2층 버스를 타고 떠나는 타이포그래피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공공 타이포그래피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이 투어는 2시간 남짓 진행되는데 간판과 공공 사인물에 쓰인 타이포그래피를 직접 보며 그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사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김의래는 얼마 전 직장인을 위한 타이포그래피 워크숍 02 ‘타이포그래피 인 그리드’를 진행했다. 신청자격은 ‘타이포그래피에 관심과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반인의 입장으로 타이포그래피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디자인 나눔활동의 일환인 이 워크숍은 총 6주간 진행되었으며 추후 다음 시즌을 개설할 예정이다. 첫날인 오리엔테이션 때는 컴퓨터의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가위, 칼, 자, 풀, 연필, 지우개 등을 이용하여 타이포그래피와 그리드 시스템의 기초를 익히는 시간을 가진다고 하니 이 역시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이라 하겠다.

타이포그래피의 중요성은 비단 디자이너에게만 강조할 것이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노출된 수많은 활자들이 정보 전달이라는 목적 외에, 비례와 균형을 통한 아름다움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만간 제너럴빌딩 건물주와 함께 직장인을 위한 타이포그래피 워크숍 시즌3에 참가 신청을 해야겠다.

김선미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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