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9.05 18:07
수정 : 2012.09.0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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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디자인 칼럼니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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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디자인 큐레이팅
또다른 풍자의 영역, 디자인 코멘터리
런던올림픽이 끝난 지 몇 주가 지났건만 여기저기서 올림픽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끊이질 않는다. 스포츠 뉴스에서는 9월10일(한국시각)까지 런던에서 열리는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소식을 전하느라 분주하고, 각종 오락프로그램에서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곱게 메이크업을 한 채 예능감을 폭발하고 있다. 사실 런던에서 돌아오기 전부터 이들은 이미 섭외 1순위 초인기 게스트가 되었을 것. 아마 당분간은 이들을 보며 런던올림픽의 여운을 이어가지 않을까 싶다.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가 그렇게 대외적으로 ‘지속가능성’을 표방하더니, 메달리스트들의 인기 역시 지속가능성의 대열에 합류하는 듯하다.
앞서 말했듯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 격인 오디에이(ODA, The Olympic Delivery Authority)는 2009년 ‘런던 2012 지속가능성 계획’을 발표하며 애초부터 올림픽의 ‘지속가능성’을 전면에 홍보했다. 이에 대한 다양한 방법론은 올림픽파크 터 선정에서부터 경기장 건축, 탄소 저감 활동까지 전방위적으로 이어졌다. 런던올림픽 경기장들은 철거된 건물의 폐자재를 재활용한 친환경 건축물이었으며, 올림픽 이후에는 전혀 다른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변신의 귀재’로 설계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2011년부터 총 3번에 걸쳐 발간된(마지막 한 권은 올겨울 발간 예정) 런던올림픽 지속가능보고서에는 시상식에 쓰인 꽃이 윤리적으로 공급되었는지까지 세밀하게 다루고 있을 정도다.
여기까지는 공식적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였고, 지금부터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는 전혀 주목하지 않은 또다른 지속가능성의 움직임을 소개할까 한다. 모두가 축제인 듯 런던올림픽을 치켜세울 때 자기만의 방식으로 런던올림픽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댓 빅 이벤트 인 런던’ 프로젝트(thatbigeventinlondon.co.uk)가 바로 그 주인공. 공정무역 가방(사진)과 티셔츠, 배지로 구성된 이 비인증(!) 기념품들은 올림픽이 시작되기도 전에 절판되었을 만큼 런더너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트디렉터인 한 런더너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어 말라위 여성단체가 공정무역을 통해 윤리적으로 생산해, 제품을 구입하면 아프리카 지역 여성에 대한 지원에도 일조할 수 있다.
이런 착한 의도가 아니더라도 이 제품이 매력적인 이유는 충분하다. 올림픽 로고체와 주조 컬러들을 활용한 디자인에 자칫 올림픽 기념품으로 보이기 십상이지만 앞에 쓰여 있는 문구를 가만히 살펴보면 피식 웃음이 터진다. “그들은 모두 스테로이드를 했어요.” “오늘 아침 출근하는 데 무려 3시간이나 걸렸어요.” 실제 런던은 최악의 교통 도시 중 하나지만 올림픽조직위원회는 교통문제에 소극적이었다고. 대외적으로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주도적으로 홍보했지만, 막상 런더너들은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언제나 그렇듯 홍보되는 것과 실상 체감하는 것에는 괴리가 있는 법. 그렇지 않아도 유난스레 지속가능성을 내세우는 것이 못미더웠는데 전혀 다른 방식으로 디자인 코멘터리를 한 이런 프로젝트들을 발견하고 나니 이제야 런던올림픽의 지속가능성을 바로 경험한 듯하다.
김선미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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