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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10 23:27 수정 : 2012.10.10 23:27

파머스파티 제공

[매거진 esc] 디자인 큐레이팅
농부와 디자이너가 만나 탄생한 농산물 직거래 브랜딩 파머스파티

난 이미 오래전부터 농산물 선택에 대한 모든 권리를 대형마트에 이양했다. 처음 씨앗을 뿌리고 퇴비를 주었던 농부는 분명 사랑과 정성으로 이 농산물들을 재배했을 터. 하지만 몇 번의 유통과정을 거쳐 도착한 마트의 채소 코너에는 생생한 에너지는 사라진 채 유통마진으로 불어난 가격만 덩그러니 남았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품질, 신선도에 대한 선택권이 중간 유통업자, 최종 소매상에서 만들어놓은 채널로만 제한되는 것. 이러한 유통구조에 반감을 품은 사람들은 대안으로 인터넷을 통한 농산물 직거래를 선택했지만, 농부와 소비자의 직거래 플랫폼이란 참으로 단출하고 또 소박했다. 적어도 파머스파티가 론칭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2010년 태양빛이 뜨겁던 여름, 경북 봉화에서 농부와 디자이너가 만났다. 힘들게 재배한 농산물들이 잘못된 유통구조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데에 회의를 느낀 농부 이봉진씨는 디자이너에게 고급스러운 패키지와 웹사이트를 의뢰했다. 한참 대화를 나누고 난 뒤 디자이너는 단순한 패키지 디자인이 아닌 사과의 ‘브랜딩’을 제안했고 그렇게 농산물 직거래 브랜딩 파머스파티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한 디자인 스튜디오 액션서울은 창의력과 사회적 욕구를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점을 스스로 만들어내기 위해 모인 젊은 크리에이터 집단. 이후 액션서울은 ‘농부는 왜 디자인을 선택했는가’라는 스토리텔링으로 파머스파티라는 브랜딩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택한 브랜딩 전략의 키워드는 바로 게릴라 방식. ‘I am your farmer’라는, <스타워즈>를 패러디한 티저광고(사진)부터 롯데갤러리, 광화문 원 갤러리 등에서 갤러리로 간 사과라는 의외성을 선보인 파머스파티 전시, 파파자전거를 통한 게릴라 시식체험 등 이들의 브랜딩은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개되었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시대이고 가치를 보고 사는 사람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유통구조에서 이 상품이 지금 얼마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나에게 가치를 제공한다면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죠. 우리는 그에 맞춰서 충족시켜주는 것이고 그래서 이것을 하는 겁니다.”

농부 이봉진씨의 말처럼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줄 수 있는 토양이 있다면 가치있는 생산물들은 계속 우리의 삶에 존재할 것이다. 파머스파티는 대자연을 벗삼아 농민, 디자이너가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생태문화를 창조하는 네트워크다. 무엇보다 파머스파티의 사과는 내가 여태껏 먹어본 그 어떤 사과보다 달콤하고 또 단단했다. 사과의 향긋함 속에서 농부의 마음, 그리고 올바른 방식으로 디자인을 풀어낸 디자이너의 마음을 양분 삼아 건강하게 뿌리내린 사과나무가 그려졌다.

김선미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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