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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24 17:41 수정 : 2012.10.24 17:41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제공

[매거진 esc] 디자인 큐레이팅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의 디자인으로 정치 바라보기 실험

지난 월요일 한 대학교 강의실에서는 중간고사 프레젠테이션 ‘슈퍼로고 케이(K)’ 준비가 한창이었다. 나를 포함한 총 3명의 심사위원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발표하는 학생들을 바라봤다. 이윽고 냉정하게 꾹 다문 입을 벌려 이렇게 말했다. “제 점수는요!”

이것은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제 점수는요’로 상징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형식을 그대로 차용한 것. 사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건 ‘대선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해 그를 위한 로고를 디자인하라’는 주제였다. 주변에서 하도 20대의 정치 무관심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던 터라 그들의 관심도가 궁금하던 차였다. 게다가 디자인 전공자라…. 아무래도 정치에 둔감(선입견이겠지만)할 것 같은 그들의 속내가 궁금했다. ‘그래, 디자이너가 가장 잘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치를 바라본다? 아주 흥미롭겠군!’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흔쾌히 심사위원석에 앉았다.

‘슈퍼로고 케이’의 전개방식은 이러했다. ①학생들은 중간고사 이전, 몇 달에 걸쳐 성향이 다른 두 신문을 구독함 ②매주 신문에서 다루는 주제로 자유토론 진행 ③가장 많은 이슈가 되었던 ‘정치, 대선’을 중간고사 아이템으로 선정 ④조를 편성, 지지하는 후보를 선정한 후 그에게 적합한 로고를 제작 ⑤9개 조는 자유롭게 발표한 뒤 세 명의 심사위원에게 점수를 받음 ⑥심사위원 점수(실험성, 전략성, 심미성 등 다섯 분야로 채점)를 합산해 학점 부여.

완성도, 발상의 기발함 등에 대한 편차는 있었지만, 학생들이 바라보는 대선과 대선 후보에 대한 관점은 아주 명료했다. 신문에서 읽은 정보로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고, 필요한 자료를 그들 스스로 찾았으며, 그러한 단서들을 통해 명확한 자신의 지지 대상을 선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지 후보가 한쪽으로 편향되어 몇몇 조는 제비뽑기로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위한 로고를 만들어야 했다.

로고나 발표 전개 방식에 대한 심미성, 아이디어도 흥미로웠다. 후보가 게임 속 주인공으로 등장해 장애물을 헤쳐갈 때마다 아이템을 얻는 형식으로 전개된 발표, 후보의 정책과 외관적 특징을 접목해 상형 로고를 제안한 발표 등 여러 요소들을 가지고 도출한 대선 후보의 로고들은 꽤 신선했다. 심지어 그중 몇 개는 현재 각 후보 캠프의 로고보다 낫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학생들 자체의 변화도 컸다. 정치를 다른 세계의 이야기로만 치부했는데 이제는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세상이 돌아가는 질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디자인은 나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이해와 관심에서 출발한다. 환경에서 괴리된 디자이너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을, 행동을 만질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에게 ‘슈퍼로고 케이’는 정치라는 무겁고 딱딱한 단어를 그들의 삶 안에 들여온 첫번째 계기였는지도 모른다.

‘슈퍼로고 케이’의 열기는 12월19일까지 지속될 듯하다. 참고로 9개 조의 실제 선호도 투표 결과에서 박근혜 후보는 무려 ‘1표’였다. 뭐, 그냥 그랬다는 것이다.

김선미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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