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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05 17:32 수정 : 2012.12.08 13:33

[매거진 esc] 디자인 큐레이팅
한·중·일 건축집단 플랫(PLaT)이 만들어가는 아시아의 감각 ①

항상 이런 의문이 있었다. 왜 새로운 이론이나 양식, 스타일의 출발점은 언제나 서양(편의상 이렇게 구분하겠다)일까? 왜 디자인과 학생들은 유럽이나 미국으로의 유학을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할까?

미국 뉴욕, 그리고 북유럽을 배경으로 한 두권의 디자인 관련 책을 쓰면서 마지막에 느낀 감정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우리는?’이었다. 외국의 크리에이터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디자인에 대한 태도나 문제해결 방법 등은 무척 인상적이었지만 그것은 단순히 개인의 능력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아마도 8할은 그들을 둘러싼 역사, 환경, 그 안의 정서를 기반으로 키워진 것이었으리라. 우리에게 강요되는 ‘글로벌 감각’이란 유창한 영어가 아닌, 세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숨 쉬는 ‘자기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를 둘러싼 환경,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 힘은 과연 무엇일까? 여기서 그 환경이란, 일단 지리적·역사적 궤도를 한 프레임 안에 넣을 수 있는 한국, 중국, 일본의 문화적 토양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사실 문화, 예술, 정치, 경제에 이르기까지 세 나라를 필두로 한 이러한 해법 찾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전시나, 형식적인 포럼보다는 ‘실재’에 접목된 좀더 현실적인 해법 찾기가 필요했다. 구축의 과정이 고스란히 보이는 근거들을 통해서 말이다.

건축가 정동현
그러던 중 중국 베이징에서 건축가 정동현(사진)을 만난 것은 흥미로운 우연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이후 한국에서 건축과 석사 과정을, 다시 도쿄대학교 박사 과정을 마친 뒤 2004년 연구실 동기생들(일본, 중국)과 함께 ‘중국의 거대한 도시화 과정을 경험하자’는 목표를 갖고 중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내가 가지고 있던 의문을 중국이라는 땅에서 직접 풀어내고 있었다. 베이징에 위치한 건축설계사무소 플랫(PLaT)은 한국, 중국, 일본 이렇게 세 나라의 건축가가 파트너십으로 함께 운영하고 있는, 새로운 건축의 언어를 구축하고 있는 기지다. 정동현 대표를 비롯해 중국인 건축가 볜바오양, 리솽취안, 일본인 건축가 마에다 사토시는 7~8년을 함께 일한 신뢰와 같은 지향점을 바탕으로, 플랫의 시작을 함께했다.

그들의 프로젝트 중 대부분은 중국 정부, 지자체로부터 직접 위탁받아 설계한 것으로 박물관, 미술관, 학교, 문화회관, 청소년센터 등 인간의 삶에 무언의 영향을 미치는 공공건축이 주를 이룬다. 흥미로운 것은 플랫 구성원들은 정부, 건축주 등의 클라이언트에게 한국도 중국도 일본도 아닌 아시아의 가치를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회사 내부로는 한·중·일 문화 깊은 곳에 숨 쉬고 있는 동방(그는 동방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했다)의 감각을 찾기 위해 다방면의 연구를 전개하고 있다. 개방성과 확장성을 상징하는 ‘플랫폼’(platform)에서 형식, 틀이라는 개념의 ‘폼’(form)을 제거한 회사의 이름처럼 그들은 기존의 프로토타입을 제거한 새로운 아시아의 건축 언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베이징의 한복판에서, 흥미로운 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김선미 디자인 칼럼니스트

사진 씨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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