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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21 08:57 수정 : 2012.12.21 08:57

플랫 아키텍츠 제공

[매거진 esc] 디자인 큐레이팅

한중일 건축집단 플랫(PLaT)이 만들어가는 아시아의 감각 2

중국 베이징에 자리잡은 건축설계사무소 플랫(PLaT)의 어느 날. 한국과 중국, 일본의 건축가가 모여 일하는 이곳에서 한창 흥미로운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강사는 다름 아닌 수석 전문가. 건축이 아닌 수석 전문가가 초빙된 것은 아시아의 감각을 일깨우고자 하는 플랫 경영진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였다.

한국, 중국, 일본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수석 문화는 자연 자체에 예술품의 자격을 부여하는 독특한 문화 중 하나다. 플랫의 정동현 대표는 여기에서 ‘아시아인들이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존중하고 그 가치를 향유하며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반대로 서양에서는 그 돌을 보석으로 세공해야만 가치를 가진다고 그는 우스갯소리처럼 말했다. 개발의 대상, 정복의 대상으로 자연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플랫의 구성원들은 한·중·일 문화 깊은 곳에 숨쉬고 있는 아시아의 감각을 다양한 분야에서 발굴하고 또 이를 건축에 반영하기 위한 연구를 전개하고 있다. 수석 문화 외에도 동양 미술에 대한 세미나 등을 통해 좀더 본질적인 이야기들로부터 아시아의 공통 분모를 포착한다. 이렇게 공유된 가치는 플랫만의 건축 언어로 치환되어 정부·건축주 등의 의뢰인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그 예로 플랫의 최근 건축물인 샹사완 사막호텔(Lotus Hotel in Xiangshawan Desert·사진)을 들 수 있다. 프로젝트 대지는 베이징에서 서쪽으로 800㎞ 떨어진 네이멍구자치구에 위치한 쿠부치 사막. ‘사막건축’이라는 큰 도전 앞에 플랫이 품은 첫째 전제는 자연에 대척하는 인공적인 건축으로서의 개념을 해체하는 것이었다. 정동현 건축가는 대자연 안에 건축을 만들 때 그것은 ‘건축’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인공적인 건물이 아닌, 자연 그 자체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

그래서 플랫은 ‘진’(陳)이라는 방법론을 건축물에 대입했다. 하나는 그 힘이 약하지만, 이것이 진을 치고 반복됨으로써 매우 강한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자연도 사실은 기본요소의 반복과 변형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진의 방법론은 엄밀히 말하자면 자연에서 찾은 해법이라 하겠다. 나뭇잎이 반복되어 나무를 이루고, 그 나무가 또다시 반복되어 숲을 이루듯 이 호텔 프로젝트에서는 그러한 관계성이 소재와 공법, 더 나아가 건축물의 표정에 이르기까지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김선미의 디자인 큐레이팅
최근 플랫에서는 또다시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다. 자체 프로젝트로서 100년 후 도시에 대한 만화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미래도시라고 할 때 전형적으로 떠오르는 도시의 모습에서 탈피해 사람들의 생각, 인식, 변화된 생활양식 등을 추출해 새로운 도시 형태를 예측해보는 것이 주목적이다. 상상력을 제한하게 될까 봐 ‘만화’라는 장르를 선택한 것부터 영악하다. 아마도 그렇게 만들어진 100년 후 도시의 모습에서는 분명 사람과 자연, 그리고 아시아의 감각들이 곳곳에 숨쉬고 있을 것이다. 그 첫 페이지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김선미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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