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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16 18:11 수정 : 2013.01.16 18:11

architecturefordogs 제공

[매거진 esc] 디자인 큐레이팅

뽀미는 나에게 ‘배려’와 ‘사랑’이라는, 참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르쳐준 대상이었다. 나와 돌림자(!)를 썼던 것만 봐도 우리는 단순한 인연이 아니었다. 부모님은 11살의 나에게 견주로서의 묵직한 권한과 책임을 내리셨다. 그래 봤자 열심히 뽀미의 대소변을 치우는 것이 주된 일이었지만. 하얀색 토이푸들이었던 뽀미는 14년간 그렇게 우리 가족으로서 함께했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개나 고양이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 제품들이 나온다. 과거에는 엄밀히 말해 개의 주인들을 위한 것들이 더 많았다. 최근 들어 동물의 입장을 고려한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이 눈에 띄고 있다. 게다가 그 중심에 ‘디자인’이라는 개념까지 덧입혀지기 시작했다. 독일의 베스트 프렌즈 홈(Best Friend’s HOME)에서는 다양한 콘셉트로 디자인 된 개집을 전세계로 배송해주며 동물의 동선, 특성 등에 맞춰 별도의 주문 생산까지 진행하고 있다.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정보 사이트 디자인밀크(design-milk.com)에서는 ‘도그밀크’라는 특화된 반려동물 제품 정보 사이트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미국 마이애미 디자인 디스트릭트에서 ‘개를 위한 건축’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획자가 디자인 잘하고 글솜씨까지 매력적인 일본의 디자이너 하라 겐야라는 점. 그는 10년 넘게 개를 위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구상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의 집에는 잦은 외국 출장에도 불구하고 그를 어김없이 반기는 폭신한 털을 가진 강아지가 살고 있으리라. 하라 겐야의 이번 프로젝트에는 네덜란드에서 활동중인 건축·도시디자인 회사 엠베에르데베(MVRDV), 종이 건축가로 유명한 일본의 반 시게루 등 유명 디자이너 및 건축가 13명이 함께했다. 이들이 비글, 닥스훈트, 퍼그, 컵 푸들, 치와와 등을 모티브 삼아 개를 위한 집이나 구조물을 디자인한 것이다. 하라 겐야가 일전에 작업한, 실력파 디자이너들에게 ‘일상의 제품’들을 새롭게 디자인하게 한 뒤 그 결과물을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했던 ‘리디자인 프로젝트’가 떠오르는 방식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건축주가 ‘개’라는 사실에 충실히 포커스를 맞췄다. 가령 하라 겐야가 디자인한 디터널(D-Tunnel)이나 아틀리에 바우와우가 디자인한 롱보디드쇼트레그드 도그(LONG-BODIED-SHORT-LEGGED DOG)는 주인을 올려다보는 개의 상황을 반영해 주인과 눈높이를 맞춰 설계되었다. 이 작품들은 활용될 수 있도록 ‘범용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누리집(architecturefordogs.com)에 가보면 작품의 설계도와 조립설명서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만들어서 활용한 사람들의 결과물은 사진으로 ‘아키텍처 포 도그스’ 커뮤니티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과 공유된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설계도를 보고 직접 만든 건축물을 공유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영문도 모르고 주인이 만들어준 ‘건축물’에 마냥 늘어져 있는 개들을 보니 갑자기 뽀미가 보고 싶어졌다. 살아있었다면 나도 솜씨를 한번 발휘했을 텐데, 호기심 대마왕 우리 뽀미도 참 좋아했을 텐데.

김선미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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