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30 18:32
수정 : 2013.01.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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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에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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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디자인 큐레이팅
“윈도 시트 플리즈.”(Window seat, please.)
외국행 항공권을 발권할 때 제일 먼저 하는 말이다. 창가 자리의 가장 큰 장점은 새로운 나라를 갈 때 창문으로 비추는 그 나라의 첫인상을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9년 5월 핀에어(Finnair·핀란드항공)를 타고 처음 핀란드 헬싱키로 떠날 때도 그랬다.
“이제 곧 헬싱키 반타공항에 도착하니 잃어버렸던 신발을 어서 챙기세요.” 기장의 유머 넘치는 방송에 정신을 차린 나는 조그마한 창문 너머로 그렇게 핀란드를 처음 만났다. 처음 본 깊고 짙은 녹색. 핀란드의 첫인상은 한없이 낯설고 또한 신선했다. 비행기라는 공간은 새로운 나라와 나를 연결해주는 첫번째 매개체 역할을 해주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핀란드의 두 브랜드 핀에어와 마리메코(Marimekko)가 손을 잡았다는 소식은 역시 디자인 강국임을 환기해주는 이슈였다. 1951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탄생한 마리메코는 알록달록한 원색의 패턴이 인상적인 핀란드 대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패션, 인테리어, 생활잡화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통해 전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핀란드 청정지역에서 생산한 환경친화적인 천연재료만을 사용한다고 해서 더욱 인기를 얻고 있는 마리메코는 국내에서도 2010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정식 매장을 열었다.
그런 마리메코가 핀란드의 호수, 고요한 풍경, 싱그러운 봄날의 녹색, 강물의 흐름, 밝은 회색 톤의 바위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핀에어 승객만을 위한 컬렉션 제품을 기획했다. 핀란드의 자연을 닮은 제품들을 통해 첫인상을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섬유제품(담요·앞치마·가방·쿠션)에서 식기류(접시·컵·머그·주전자)로 이어지는 ‘마리메코 포 핀에어’ 컬렉션 제품은 올봄부터 실제 승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외국인들에게 자국의 인식을 ‘디자인적으로’ 심어주기에 이보다 더 제격인 방법이 또 있을까? 국내 항공사도 한국적 요소(청자·비녀 등)에서 모티브를 얻은 승무원 유니폼을 제작해 화제가 된 바 있지만, 외국 유명 디자이너에게 의뢰했다는 점에서 그 진정성이 조금 희석된 감이 있다.
핀에어 최고경영자 미카 베빌라이넨(Mika Vehvilainen)은 이번 마리메코와의 합작을 통해 오랜 전통을 가진 핀란드 디자인의 홍보대사로 고객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을 특별한 기억을 제공할 것이라고 그 의미를 전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가벼운 재질로 제작돼 기체의 무게를 감소시키는 친환경 효과도 고려했다고 하니 자연을 닮은 북유럽 디자인의 특징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마리메코의 대표 문양인 ‘우니코’(Unikko) 패턴을 입힌 A340 항공기는 이미 아시아 노선을 운항하며 디자인 외교학을 실현하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핀에어가 독일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 1위로 뽑히기도 했으니 유럽에 갈 계획이 있다면 여러모로 핀에어를 고려해봐도 좋겠다. 핀란드의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된 식기들로 식사하고, 촉감 좋은 친환경 소재들로 만들어진 담요를 덮고 비행을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만은 발트해 연안이다.
김선미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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