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11 18:09
수정 : 2012.04.13 15:10
|
박종만 제공
|
[매거진 esc] 박종만의 커피로드
시리아 다마스쿠스 우마이야 모스크에서 대접받은 커피 한잔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 도착하자마자 박 피디와 나는 성지 우마이야 모스크에 촬영허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맘(Imam)과의 이슬람 커피 인터뷰와 모스크 안에서 기도드리는 장면 촬영을 위해서다. 모스크가 워낙 자유스럽게 아이들이 뛰어놀고 가족들이 즐거운 소풍을 하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코란을 허리 아래에 두지 않는다’, ‘여성들은 짧은 치마를 입고 들어설 수 없다’ 등 엄격한 규율이 존재하는 신성한 곳이기에 이맘을 대면하고 기도드리는 장면을 가까이서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은,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입장조차 할 수 없었던 이집트의 카이로 모스크를 생각해보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금요일 낮 예배가 끝난 후 이슬람 종교지도자 이맘을 만나기 위해 모스크 관리사무소로 향했다. 관리 책임자는 근엄한 표정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로마시대 교회답게 대리석으로 둘러싸여 방 안은 번쩍 빛이 났다. 인자한 모습의 이맘은 멀리서 찾아와준 우리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서방세계에 잘못 인식되고 있는 이슬람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소명의식으로 우리를 환대하는 듯했다.
이맘은 커피를 권했고 우리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방 한구석에서 만들어내는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젊은 사제는 전기난로 위 은제 이브리크(커피 추출도구)를 매우 소중히 다루었다. 커피가 끓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흘러넘치지 않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정성스레 내어 온 커피 잔은 아랍에서 그동안 보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화려하면서도 담백한 무늬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방 안은 커피 향으로 넘쳐났다.
이맘에게 있어 커피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했다.
“커피는 삶의 활력소입니다. 지금처럼 귀한 손님을 맞을 때나 매일 보는 친구를 만날 때에도 커피는 활기를 돌게 해주지요. 평안한 일상생활을 할 때에도, 심신이 지쳐 피곤할 때에도 커피는 늘 우리 곁에 있지 않나요? 커피가 이슬람의 음료니 기독교의 음료니 하는 종교적 논란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긴 시간 이어진 이맘과의 대화를 통해서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눈빛은 특히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그에게 우리를 만나는 일은 일상적인 일 중 하나였겠지만 나는 그의 따뜻한 눈길에서 진심을 다해 우리를 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야기를 듣는 내내 어떻게 하면 이곳의 커피 관련 자료를 한 점이라도 가져갈 수 있을까만 궁리했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나는 조심스럽게 이맘에게 청했다. “이맘께 대접받은 이 커피 잔을 우리 박물관에 전시할 수 있도록 가져갈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박물관의 귀한 전시 자료로 쓰일 것입니다.”
그는 관리책임자와 귓속말로 잠시 얘기를 나누고는 이내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하라 답한다. 천만금을 얻은 기분이었다. 초기 이슬람 건축의 정화요, 이슬람 4대 모스크 중 하나인 우마이야 모스크의 수장으로부터 그가 마시는, 그가 친히 손님에게 대접하는 커피 잔을 선물받다니 꿈만 같았다. 석양이 지면 잿빛으로 물드는 도시 다마스쿠스. 그 속에서 유일하게 영롱한 빛을 발하는 우마이야 모스크에서 잊지 못할 시간들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