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23 17:30
수정 : 2012.05.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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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학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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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esc] 길위의 사람들
“아니, 웬 사람들이래? 난리 났네.”
지난 18일 오후, 인천 앞바다 무의도(큰무리)에 딸린 섬 소무의도(떼무리) 동쪽마을 입구. 이날 매표소 근무자 정춘자(61·고향슈퍼 주인)씨가 큰무리 쪽으로 이어진 인도교를 가리켰다. 중국말을 하는 관광객들이 떼 지어 떼무리로 들어오고 있었다. 내국인 관광객 발길도 뜸한 이 작은 섬에 웬 외국인 관광객 무리일까. 관광안내판 앞에서 한국인 가이드의 설명을 조용히 듣던 중년 남녀 한쌍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디서 왔나?” “홍콩에서 왔다.” 7일째 한국을 여행중이라는 람궉렁(58·전 홍콩철도공사 근무·사진 오른쪽)·리메이러이(58·전 간호사·왼쪽) 부부다. 산을 좋아하는 동호인 85명이 팀을 이뤄 8박9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지난 12일 한국에 와, 단양·소백산·부산·거제도·통영·여수·목포·변산반도·무창포해변을 거쳐 이곳에 왔다고 했다. 가이드 박새종씨는 “마지막 일정으로 인천공항 가까이 있는 무의도와 강화도를 골랐다”고 설명했다.
퇴직 뒤 자주 외국 여행을 즐긴다는 람씨 부부는 “패키지 여행을 포함해 이번이 네번째 한국 여행”이라고 했다. 앞서 두번은 명소 위주의 일반 패키지로 한국을 찾았지만 “지난해와 이번엔 좀 다른 여행”이란다. “지난해엔 한국의 가을 단풍을 주로 둘러봤고, 이번엔 바다와 섬을 집중적으로 둘러보기 위해 왔다.”
이 부부에게 한국은 어떤 여행지일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내장산 단풍이다. 인파로 혼잡했지만 정말 아름다웠다.” 람씨는 이번 여행에선, 인공정원으로 가꾼 섬 외도가 인상깊었다고 했다. 아내 리씨는 “통영 미륵산에서 바라본 다도해 전망”을 꼽았다. 경치도 좋았고, 리조트와 호텔에서의 숙박도 괜찮았다는 람씨 부부가 “기억에 남는 음식이 뭐냐”는 물음에는 잠시 뜸을 들였다.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 듯 마주보더니 “변산 채석강에서 맛본 백합죽”을 생각해냈다. 불편했던 점에 대해선 즉답이 돌아왔다. 람씨는 “여행지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상대방과 몸이 닿고 부딪치는 걸 의식하지 않더라. 한국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들을 직접 몸으로 체험했다”며 웃었다.
떼무리에서 큰무리로 걸어나오며 생각하니, 동호인 모임이 한 여행사를 통해 네번이나 재방문했다는 것, 이들이 올 때마다 새로운 테마를 정한다는 것이 이채로웠다. 외국관광객 1000만명 시대. 이제 우리나라는 구석구석이 모두 국제관광지가 돼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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