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8.01 17:14
수정 : 2012.08.0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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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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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길위의 사람들
합천 황계폭포. 비 온 직후라 물줄기가 거셌다. 훌훌 벗어던지고 폭포 앞 물웅덩이로 뛰어들고 싶은 욕망 꾸욱 누르며 사진을 찍는데, 목걸이 명찰을 매단 아저씨 둘이 다가왔다. ‘간이 구조장비 거치대’에 걸린 구명 부이와 구명조끼, 로프 등을 살펴보고, 짙푸른 소(물웅덩이)를 한참 들여다본다. 인사를 건네고 명찰을 보니 ‘합천군 수상안전관리요원’이다. 산골 폭포에 수상안전요원이 둘씩이나. 관광객의 안전한 물놀이를 위해 배치됐나?
“저, 여기서 물놀이를….” 물음이 끝나기 전에 대답이 돌아왔다. “하면, 절대 안 됩니다. 죽어요. 죽어.” 안전요원 김동열(63·사진)씨가 하단 폭포 앞 소를 가리키며 물소리보다 크게 외쳤다. “저기 이래 물 돌아가는 거 보이죠, 그죠? 저기 휘말리모 끝장이요. 끝장.” 물놀이를 막기 위한 감시요원이었다.
“덥다꼬 막 뛰어드는 기라.” 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 7~8월 두달간 안전요원이 상시 배치돼 근무(금·토·일은 2명씩)한다고 했다. 김씨는 “통제를 해도 가끔씩 익사사고가 일어나는 곳”이라며 “저 쏘가 만만해 보여도 억수로 깊다”고 했다. 안전요원 한 사람은 상단폭포 쪽으로 올라가고, 김씨는 하단폭포 주위를 살펴봤다.
“관리에 애로가 차암 많애요. 통제가 안 되는 기라. 이래 있다보모 우스운 꼴도 마이 보고.” 짧은 치마 차림으로 오는 젊은 여성들 얘기였다. “그렇게 말리고 말리도 바위를 기오르다 고마 미끄러져 굴러삐는 기라. 치마고 뭐고 다 삣겨지고, 하이고 몬 바준다.” 창피한 건 둘째고, 바위에 부딪치거나 소로 추락해 크게 다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좌우간 말을 안 들어먹어요, 말을. 인자 마이들 올낀데.” 본격 휴가철이 시작된 터라, 김씨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2명이 근무하는 날은 위아래 폭포를 나눠 감시할 수 있지만, 혼자 근무할 때 인파가 몰리면 가파른 바윗길을 뛰어 오르내리며 통제하느라 숨 돌릴 틈도 없다고 했다. 감시의 눈을 피해 몰래 수영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 말라면 더 기를 쓰고 한다이까네. 그걸 자랑이라꼬. 여름 지나모 목이 칵 쉬어삔다.” 이제 폭포 앞에서 몰래 수영하려는 분들,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겠다. “인자 고마 끌고가 칵 고발해버릴 끼다!”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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