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8.29 17:56
수정 : 2012.08.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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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학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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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길위의 사람들
정선 덕산기계곡에서 만난 자전거 여행자들
정선 덕산기계곡은 투명한 물빛과 깎아지른 바위절벽(뼝대)이 자랑인 깨끗하고 아름다운 골짜기. 비 온 직후엔 수량이 불어 사륜구동 차량도 드나들기 어렵지만, 물이 금세 빠져나가버려 며칠 뒤 대부분 건천으로 바뀌는 자갈밭 계곡이다. 8월17일, 전날 폭우로 수량이 급증한 덕산기계곡 트레킹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물가에서 쉬고 있는 한 무리의 ‘자전거 부대’와 마주쳤다.
물살이 거센데 어떻게 들어왔냐고 묻자, 다부진 체격의 한 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물에서 꼭 자전거를 타란 법 있나요. 물살이 세면 들고 건너면 되죠.” 회원수가 4만명에 이른다는 인터넷 카페 ‘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회원 임형욱(47·출판사 대표·사진 앞쪽)씨다.
“그중에서도 ‘정사모’(정선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회원들입니다.” 깊은 산속 청정 고을 정선의 산길과 물길을 특히 좋아하는 100여명으로 이뤄진, 자출족들 소모임이다. 자전거 출퇴근 경력 20년이라는 임씨는 정사모의 회장. 그는 “해마다 광복절이 낀 주에 1박2일이나 2박3일 일정으로 캠핑을 겸한 정례모임을 한다”며 “이번엔 20여명이 2박3일 일정으로 참가했다”고 말했다.
“요즘 자전거 도로가 많이 만들어졌는데, 탈 만하냐”고 묻자, 임씨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1년 중 350일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그는 현 정부의 “자전거 도로 지원 정책”에 할 말이 많았다.
“4대강 따라 자전거 도로를 내고, 전국을 자전거 길로 잇는다며 몇조원씩 처박는 거 정말 ‘뻘짓’입니다. 그런 거 없어도 구석구석 다 가요. 정작 필요한 건 일상생활을 위한 자전거 이동로죠.” 맘 놓고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학교 다니고, 시장 보러 갈 수 있도록 하는 법적·제도적 지원이 급하다고 했다. “길에 금 그어 놓고 생색만 낸 현재의 서울 자전거 길은 이미 주차장이나 짐 쌓아두는 공간이 된 지 오래입니다.” 대중교통과의 연계, 안전한 보관시설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보관시설을 유료화해 관리를 맡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비판’과 ‘대안’은 일행이 휴식을 마치고 일어설 때까지 이어졌다.
그가 “한마디만 더!” 했다. “전국에 새 도로 낸 뒤 방치한 옛길(옛 국도 등)들이 많아요. 이걸 자전거 길로 활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돈 처박는 뻘짓 좀 그만하고요.”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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