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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15 17:53 수정 : 2012.02.15 17:53

백상현 제공

[매거진 esc] 유럽 소도시 여행

체코를 대표하는 블타바강가의 소도시, 체스키크룸로프

체스키크룸로프역을 나와서 조금만 걸으면 푸른 녹음 사이로 붉은 지붕들과 독특한 모양의 첨탑과 성이 어우러진 체스키크룸로프의 아름다운 풍광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체코공화국 남동쪽 보헤미아 지역에 자리잡은 이곳은 영화 <일루셔니스트>(2006)와 <아마데우스>(1984)의 배경이 된 곳으로 유명하다. 300여개의 건물이 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고, 18세기 이후 건물은 아예 없다고 할 정도다. ‘보헤미아의 보석’, 체스키크룸로프. 400여년 전에 세워진 부데요비체 문을 통과하면 정말 신기한 마술처럼 고풍스럽고 운치 가득한 건물들과 골목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체스키는 체코어로 ‘보헤미아의 것’을 의미하며, 크룸로프는 ‘강의 만곡부의 습지’를 의미한다. 이름처럼 아름다운 고도를, 강이 에스(S)자를 그리며 감싸듯이 흘러간다. 가지각색의 앙증맞은 기념품들과 마리오네트 인형을 파는 기념품점들, 한가로운 시간이 머물고 있는 노천 바, 마법사의 주술이 담겨 있을 것만 같은 색색의 약병이 진열된 약국, 창문에 책과 그림을 걸어놓은 낡은 서점, 알록달록 그림 간판이 예쁜 인형박물관이 골목길을 돌 때마다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크룸로프성의 플라슈티 다리(망토 다리)에 올라 바라보는 체스키크룸로프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답다. 곡선의 블타바강과 붉은 지붕들이 모여 있는 중세의 도시는, 한여름의 초록을 배경으로 펼쳐진 한 폭의 장대한 풍경화였다. 체스키크룸로프의 랜드마크 격인 원통형 탑은 1257년에 처음 건설돼 16세기에 재건축된 것이다. 높이에 따라 지름이 점점 좁아지고 외벽도 다양한 색채와 무늬로 장식돼 있어서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준다. 160개의 계단을 따라 탑을 오르면 발아래로 블타바강과 붉은 지붕의 집들, 저 멀리 비투스 성당, 굽이쳐 흐르는 블타바강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성탑을 내려와 신시가지의 라트란 거리와 구시가지를 잇는 라제브니츠키 다리(이발사의 다리)를 건넌다. 이 목재 다리의 이름은 블타바강의 왼쪽 둑에 있던 오래된 이발소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다리에는 신분을 초월해 이발사의 딸을 사랑한, 레오폴트 2세 황제의 서자가 살해당한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다. 세상에는 이루어질 수 없기에 더욱 애틋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 많다. 모든 사랑과 모든 소원이 다 이루어진다면 세상이 혼란스러워질 것이 뻔하다. 이발사의 다리 난간에 기대어 잠시 상념에 빠졌다. 저녁 어스름이 강물을 따라 슬금슬금 마을로 퍼져나갔다.

백상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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