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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29 17:27 수정 : 2012.02.29 17:27

백상현 제공

[매거진 esc] 유럽 소도시 여행

전설 가득한 코페르니쿠스와 진저브레드의 도시, 폴란드 토룬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의 고향이자 1231년 독일 튜턴 기사단에 의해 건설된 유서 깊은 중세 도시 토룬. 폴란드 중부에 있는 이 도시는 중세시대 한자동맹의 일원으로 상업의 중심지로 발달하기도 했다. 코페르니쿠스의 고향답게 15세기 고딕식의 코페르니쿠스 하우스가 여행자를 맞아준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꾸며진 그의 집은 다양한 서적과 실험 도구들이 방마다 가득 들어차 있어서 한 학자의 진지한 탐구 자세를 살짝 엿보게 해준다. 천동설을 종교처럼 믿고 따르던 중세 암흑기에 그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뒤엎고 지동설을 주장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1999년 6월 조국 폴란드를 방문중이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곳 토룬을 찾았다. 교황은 “과거 가톨릭교회가 코페르니쿠스의 위대한 업적인 지동설 이론을 배척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고백하며 공식적으로 사죄했다. 코페르니쿠스의 동상이 있는 토룬의 골목에 멈춰 서서 동상에 새겨진 글을 읽으며 그를 바라본다. ‘태양을 멈추고 지구를 움직인 토룬의 코페르니쿠스.’

토룬이라는 도시에 또다른 명성을 안겨준 것은 진저브레드라는 향이 강한 비스킷이다. 14세기 이래로 이어져온 전통과자인데, 아로마 향이 깊숙이 배어 있고, 초콜릿이나 설탕 아이싱이 덮여 있는 맛있는 과자이다. 1825년 8월에 토룬을 방문한 적이 있는 쇼팽은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그 무엇보다 토룬의 진저브레드가 나에게 가장 깊은 감명을 주었다네”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진저브레드는 이들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표트르(피터) 대제, 나폴레옹 황제 등 수많은 인사들의 미각을 매혹시켰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토룬에서 가져온 진저브레드를 먹었다고 한다.

토룬의 옛 시가지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동화 같은 이야기와 역사가 담긴 동상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옛 시청사 옆 광장에는 바이올린 악사 동상이 있다. 어느 노점상이, 판매중이던 개구리 모형을 가리키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어느 날 비스와 강에 개구리 떼가 몰려와서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었죠. 그때 발트해 연안의 그단스크까지 물품을 운송하던 뗏목 사공 이와가 바이올린을 연주해서 개구리 떼를 멀리 떠나게 했다고 해요.” 광장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행운의 강아지 필루스 동상이 있다. 여행자가 필루스의 꼬리를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모자를 만지면 시험을 잘 보게 된다고 한다.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여행자나, 중요한 시험을 앞둔 여행자라면 필루스의 행운을 꼭 체험하기를…. 밤이 되자 위대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를 기억하고 있는 듯 밤하늘에는 별들이 청아하게 빛난다. 그 옛날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적인 언어가 소란스러운 광장의 카페 위 밤하늘 너머로 지금도 들려오는 듯한 착각이 드는 곳이 바로 토룬이다.

백상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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