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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4 17:17 수정 : 2012.03.14 17:17

백상현 제공

[매거진 esc] 유럽 소도시 여행

꽃과 운하의 도시 프랑스 콜마르

독일과 스위스 국경에 접한 프랑스 알자스 지방은 프랑스·독일 두 나라 사이에서 무려 17번이나 통치권이 바뀌는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었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바로 이곳 알자스다. 이 지방에는 아름다운 두 도시가 있는데 주도인 스트라스부르와, 꽃과 운하의 도시 콜마르이다. 보주 산맥 동쪽 기슭 알자스 평원 끝에 위치한 콜마르는 카롤링거 왕조의 작은 촌락에서 시작됐다. 13세기에는 신성로마제국 직속의 자유도시였다가 30년 전쟁 뒤 루이 13세에게 양도되어 프랑스의 통치를 받았다. 그러나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이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는 독일령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말 콜마르 전투를 치르고 난 뒤 알자스는 독일로부터 해방되었다. 알자스 와인 생산지답게 들녘은 짙은 초록색 포도밭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낮은 언덕 위 포도밭과 마을로 이어진 작은 길들, 마을마다 하나씩 고풍스럽게 솟아 있는 성당의 종탑들이 빠르게 달리는 열차 창밖으로 춤을 추듯 나타났다 사라져간다.

콜마르 기차역에서 옛 시가지까지 산책 삼아 걷기에 좋다. 온통 붉은색 제라늄과 노란색 꽃들로 드리워진 창문들과 알자스 특유의, 목조가 건물 외벽에 드러난 주택들, 중세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골목길들,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상점 간판들. 마을 가운데로 흐르는 맑은 운하와 운하를 따라 늘어선 카페·레스토랑들이 마치 동화 속 풍경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과거 와인 교환소였던 일명 ‘머리의 집’ 건물이 시선을 끈다. 건물의 벽면과 창틀에 온통 다양한 표정의 머리 형상의 조각을 장식해 놓았다. 거기서 조금 더 걸으면 알자스 지방의 예술과 역사의 보고라고 일컬어지는 운터린덴 박물관이 나타난다.

이 박물관에서 놓치지 말고 봐야 할, 혹자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그림으로 손꼽는 걸작이 바로 독일 뷔르츠부르크 출생의 마티아스 그뤼네발트의 작품 ‘이젠하임의 제단화’다. 박물관을 지나자 어디선가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옛 시가지를 가로질러 작은 운하가 흐르고 있다. 운하 양옆으로는 울긋불긋 수놓아진 꽃들이 새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이고서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다. 그 아름다운 운하길을 프랑스인들은 ‘프티 베니스’라고 부른다. 작고 예쁜 베니스라는 이름 그대로 흐르는 강물에 비친 반영과 파스텔톤의 색채 화려한 주택들, 화사한 카페들이 어울린 풍경이 그저 눈부시다. 콜마르 옛 시가지를 걷노라면 색채의 마술사가 한껏 재주를 부린 듯하다. 파스텔톤의 주택 문 앞에서 노크를 하면 동화 속 주인공들이 창문을 활짝 열고서 나를 맞이할 것만 같다. 그렇게 동화 같은 색채 속을 거닐다가 강물을 들여다보니 내 그림자가 비치고, 콜마르의 하늘이 담겨 있다. 향기로운 꽃과 화사한 색채의 도시 콜마르의 프티 베니스를 따라 걷다 보면 인생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백상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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