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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11 19:04 수정 : 2012.04.13 15:09

백상현 제공

[매거진 esc] 유럽 소도시 여행
동유럽의 파리, 아르누보의 도시 라트비아 리가

한때 ‘동유럽의 파리’ ‘동유럽의 라스베이거스’라고 불렸던 리가는 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도시다. 발트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의 수도이기도 하다. 그 시작은 1201년 독일 브레멘의 대주교 알베르트가 이 지역을 무역 본거지로 건설하고 ‘검의 형제 기사단’을 발족하여 발전시키던 때라고 하는 것이 통설이다. 주교의 기사단은 리보니아(오늘날의 라트비아와 남부 에스토니아 지역)를 완전히 점령해서 독일의 봉토로 삼았다. 리가는 리보니아의 주요 도시로서, 중세 한자동맹의 중심도시로서 명성을 떨친다. 이 역사적 사실을 기념해서 브레멘 시는 그림 형제의 동화 <브레멘의 음악대>에 나오는 동물 군악대 동상을 리가 시에 기증했다. 그 동상은 바로 성피터교회 뒤편에 있다.

옛시가지를 걷다 보면 지붕 위에 두 마리의 검은 고양이가 서 있는 ‘고양이 집’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도 재미난 사연이 담겨 있다. 20세기 초 길드에서 쫓겨난 한 상인이 앙심을 품고 일부러 지붕 위 고양이 동상의 엉덩이를 길드 쪽으로 향하게 했다는 소심한 복수에 관한 것이다. 시청사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성롤란드 동상 뒤쪽에 리가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히는 ‘검은 머리 전당’(사진)이 우뚝 서 있다. 독일 르네상스의 진수를 보여주는 고딕풍의 이 건축물은 당시 상인조합인 ‘검은 머리 길드’가 세 들었던 건물이었고, 1713년에 이 건물을 구입하여 현재와 같은 화려한 건물로 변화시켰다. 이 길드 회원들이 상상 속의 아프리카 흑인 무어인인 ‘성 모리셔스’를 그들의 수호신으로 삼은 데서 검은 머리라는 명칭이 유래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유럽에서 일어난 예술사조인 아르누보는 ‘새로운 예술’이라는 그 명칭처럼 회화, 건축, 실내 인테리어 등에서 기존의 천편일률적이고 모방적인 양식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조를 말한다. 라트비아의 정신을 화려한 장식과 결합시킨 리가의 건축물은 유럽 건축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르누보로 자타가 인정한다. 리가에 있는 건물 중 3분의 1 이상이 아르누보 건축물일 정도로 이 도시는 아르누보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아르누보 건물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알베르타 거리는 다양한 조각품과 건물들을 하나로 융합시킨 예술공간처럼 느껴진다.

아르누보 거리에서 다시 옛시가지 중심지로 돌아오는 길, 브리비바스 대로에 자유의 기념탑이 있다. 라트비아 국민에게 자유의 상징인 이 탑은 밀다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기념비 꼭대기에 머리 위로 손을 뻗쳐서 세 개의 별을 들고 있는 소녀 동상이 바로 밀다이다. 소련이 지배하던 시절 이 탑 아래에 꽃을 바치거나 집회를 하면 정치범으로 몰려 즉시 체포되어 시베리아로 추방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밀다는 시베리아행 편도 티켓을 받게 하는 ‘여행 대리인’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돌았다. 기념탑 아랫부분에는 ‘테브제메이 운 브리비바이’(Tevzemei un Brivibai)라는 글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조국과 자유’를 의미한다. 억압의 시대에 조국 땅에서 자유로운 삶을 꿈꾼 라트비아인들의 슬픔과 염원이 담긴 이 문구가 오늘날을 살아가는 내게도 가슴 저린 느낌으로 다가왔다.

백상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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