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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09 17:11 수정 : 2012.05.09 17:11

백상현 제공

[매거진 esc] 유럽 소도시 여행
지중해 햇살과 해산물 요리의 천국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기차역에서 ‘빅토르 위고 대로’를 따라 걸으면 우람한 분수대가 있는 드골 광장이 나온다. 드골 광장에서 이어진 미라보 거리는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대로를 따라 늘어선 수많은 카페 중에서도 1792년에 창업한 카페 레 되 가르송(Les Deux Garcons)은 엑상프로방스의 화가 폴 세잔이 단골로 다니던 카페다.

저녁시간 엑상프로방스의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걸으며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건 소도시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가까이 있는 지중해의 영향 때문인지 프로방스는 매운 양념과 해산물 요리가 많다. 또한 농지와 목장이 없는 산악지대여서 우유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에 마늘·올리브오일·올리브가 프로방스 요리의 중심 재료이다. 풍부한 프로방스의 허브는 바로 프로방스 음식의 영혼과도 같다. 1900년에 앙드레 미슐랭이 운전자를 위해 주유소, 차량 정비소를 알려주기 위한 실용 가이드북으로 출간한 <미슐랭 가이드>를 빼놓고 프랑스 음식을 논할 수 없다. 미슐랭 가이드의 별 3개를 얻는 레스토랑과 요리사는 일생일대의 영광이다. 2006년 기준 프랑스에서 별 3개를 받은 레스토랑 26곳 중엔 엑상프로방스의 식당이 2곳이나 있었다고 한다. 프로방스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셰 고구(Chez Gogou)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와인을 곁들여 먹은 쇠고기 야채찜 요리는 토마토소스가 뿌려져서 아주 개운한데다 양도 많아 깊어가는 프로방스의 밤을 즐기기에 딱이었다.

이른 아침에는 법원 앞 넓은 광장에 큰 시장이 들어선다. 식료품시장과 생활용품, 잡화시장, 골동품 벼룩시장, 꽃시장이 한데 어울려 엑상프로방스의 활기찬 아침을 만든다. 프로방스의 향기와 색채, 다양한 노점상과 거리의 악사가 어우러진 프로방스의 풍경은 마음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방인 여행자에게 시식용으로 치즈를 권하고, 프로방스의 다양한 소스를 올린 빵조각을 권하는 노점상의 넉넉한 미소가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근대 회화의 아버지 세잔은 이곳 엑상프로방스에서 태어나 여기서 자랐고, 여기서 공부했고, 여기서 살았으며(잠시 파리에서 살기도 했지만), 결국 여기서 죽었다. 세잔은 엑상프로방스 근교의 하얀 바위산인 생트빅투아르산을 일평생 자신의 작품 소재로 삼았다. 세잔의 아틀리에는 도로 한켠 우거진 숲속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세잔이 사용하던 여러가지 미술도구, 입던 양복, 그의 정물화의 모델이 되었던 낡은 주전자와 소품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주변에 있는 모든 소소한 일상의 사물들을 비범한 예술적 그림으로 승화시켰던 세잔. 무작정 프로방스의 밤거리를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본다. 작은 분수대 옆에서 노래하던 거리의 악사는 어느새 떠나고 정적만이 흐른다. 그 밤공기 속에서 나는 라벤더 향기를 느꼈다.

백상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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