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23 17:27
수정 : 2012.05.23 17:27
|
백상현 제공
|
[매거진 esc] 유럽 소도시 여행
바이런이 노래한 영화로운 에덴동산, 포르투갈 신트라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이 “영화로운 에덴동산”(the glorious Eden)이라고 극찬했던 조용하고 평화로운 고도(古都), 신트라(Sintra).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서북쪽으로 20㎞ 지점에 둥지를 틀고 있는 신트라의 울창하고 깊은 산속에는 13~15세기의 왕궁인 신트라 성, 화창한 날이면 멀리 테주 강까지 내려다보이는 동화 같은 페나 궁전(사진), 아름다운 몬세라테 정원 등이 자리잡고 있다. 매년 여름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교회와 궁전, 공원에서는 수준 높은 대규모의 ‘신트라 음악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바이런이 왜 이곳을 ‘에덴동산’이라고 불렀는지 이해가 충분히 갈 정도로 청정한 자연 속에 둘러싸인 우아한 마을이다.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흐린 하늘과 짙은 안개로 인해 페나 궁전으로 향하는 언덕길은 마치 신비로운 정령의 숲으로 향하는 묘한 느낌이 든다.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페나 궁전은 원래는 수도원이었으나, 1839년 페르난도 2세가 개축한 뒤에는 왕들의 여름철 별장으로 사용되었다. 아멜리아 여왕의 방을 비롯해서 화려하고 독특한 장식의 수많은 방들과, 아직도 초기 수도원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성 내부의 회랑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분명 수많은 동화 속 주인공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이 궁전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만 같다.
마을로 내려와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관광안내소 근처에 위치한 툴랴스(Tulhas)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입맛을 살려주는 따스한 야채 스프와 비린내 없이 깔끔한 맛을 선사하는 대구 크림소스 요리에 마음이 흡족하다. 인상 좋은 주인장이 포르투갈 전통 와인 포르투 한병을 들고 오더니 한잔 가득 따라준다. 포르투갈 작은 마을 한 작은 식당 주인장의 후한 인심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후식으로 신트라의 전통과자로 유명한 피리키타 도이스 과자점을 찾아갔다. 신트라의 전통과자로 유명한 트라베세이루는 ‘베개’라는 뜻인데, 생긴 모양이 베개 같다. 케이자다는 타르트처럼 동그란 형태의 과자다.
시인 바이런이 머물다 간 카페의 은은한 조명, 더욱 짙어진 저녁 안개, 그리고 골목마다 빛나는 가게 불빛과 빗물에 촉촉해진 좁은 골목길들이 신트라를 별천지 세상으로 변화시킨다. 안개 낀 골목길을 걸으니 인생이란 이렇게 안갯속을 걷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어느 모퉁이에서 절망의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면 그냥 한번 툭 털어내고 일어설 수 있으면 좋겠다. 미래는 어차피 알 수 없으니까 현재는 희망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 신트라의 안개 낀 그 미망 같은 길을 걸으며 적어도 현재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인생을 긍정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