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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06 17:02 수정 : 2012.06.06 17:02

백상현 제공

[매거진 esc] 유럽 소도시 여행
낭만적인 중세로의 타임머신, 로맨틱 가도의 첫 도시 뷔르츠부르크

전후 독일은 전쟁의 폐허를 복구하는 동시에 관광산업의 부흥을 위해 독일 전역에서 특색 있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다양한 소도시를 연결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독일 구석구석 종횡을 잇는 고성 가도, 메르헨 가도, 괴테 가도, 판타지 가도 등을 비롯한 7대 가도가 탄생했다. 그중에서도 전세계 여행자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가도가 바로 뷔르츠부르크에서 알프스 산자락의 퓌센을 잇는 전체 길이 350㎞의 로맨틱 가도다. 로맨틱이라는 명칭이 붙게 된 이유는 먼저 로마인들이 그 길을 만들었기 때문이지만, 그 가도를 따라 여행을 하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중세의 고요함과 완만한 구릉지대의 자연이 선사하는 낭만이 가득 넘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쌉쌀한 맛이 나는 백포도주로 유명한 프랑켄바인의 산지답게 뷔르츠부르크의 언덕에는 초록색으로 빛나는 포도밭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곳 와인은 보크스보이텔이라는 둥글고 평평한 형태의 와인병에 담겨져 더욱 그 명성이 높다. 중앙역에서 구시가를 향해 곧장 뻗어 있는 카이저 거리를 따라 10분 남짓 걸으니 구시가의 중심 마르크트 광장이 나온다. 그 광장에는 절제된 고딕 형식의 마리엔카펠레 성당, 화려한 바로크 시대의 팔켄하우스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마르크트 광장에서 조금 더 걸으면 11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노이뮌스터 성당과 위풍당당한 시청사 탑이 등장한다. 시청사 바로 옆에 가장 아름다운 관광포인트인 알테마인브뤼케(옛 마인 다리)가 있다. 마인 강과 푸른 포도밭, 구시가가 어울려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알테마인브뤼케에서 올려다보이는 마리엔베르크 요새는 주교의 옛 거주지이자 뷔르츠부르크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주교는 1719년 이후부터 마리엔베르크 요새에서 내려와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레지덴츠(관저·주교관)로 이주를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는 이곳은 건축가 발타자르 노이만의 작품인데, 300개 이상의 바로크와 로코코풍의 화려한 방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계단의 방 천장에 그려진 이탈리아 화가 티에폴로의 프레스코 천장화는 방문객들의 숨을 일순간 턱 막히게 한다. 뷔르츠부르크 주교관 정원은 각종 색채와 종류의 꽃들이 만발하고 잘 다듬어진 나무들과 기하학적으로 잘 짜인 구성의 조화로움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 옛날 권력자들은 그 꽃들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꽃송이들 위로 수많은 세월이 지나고, 그렇게 무심한 세월의 흐름 속에 헤아릴 수 없는 영웅들과 권력자들은 과거의 망각 속으로 사라져갔다. 서슬 퍼렇던 권력도, 바닥을 알 수 없는 욕심도 어쩌면 저 가엾이 떨어진 꽃잎들보다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여행자들이 떠나간 뷔르츠부르크의 그 정원에서는 조용히 낙화가 계속된다.

백상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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