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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27 17:25 수정 : 2012.06.27 17:25

백상현 제공

[매거진 esc] 유럽 소도시 여행

평범함 속에 숨겨진 비범함의 아름다움, 체코 텔치

체코 ‘남부 모라비아’ 지방의 매력적인 13세기 도시 텔치는 로마네스크 교회의 은신처로 만들어졌다. 1530년 큰불로 폐허가 되었던 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르네상스 스타일로 온전히 재건되었고, 인구 6000여명에 불과한 이 작은 마을은 놀랍게도 1992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도대체 이 작은 마을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세계문화유산 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가 있었을까?

일반적인 유럽의 도시들이 원형으로 광장을 이루고 있는 것과는 달리 텔치의 광장은 마치 긴 대로처럼 길쭉하게 옛시가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광장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5분이면 충분히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다. 그 광장의 한복판에 서서 눈을 들어 광장을 한 바퀴 휘둘러보면 저절로 감탄사가 입에서 흘러나온다. 광장을 따라 길게 통일감 있게 늘어선 건축물들이 선사하는 균형미와 조화로움, 눈부시게 새파란 하늘과 솜사탕처럼 점점이 뿌려진 흰구름을 배경으로 빨강·분홍·노랑·검정 등 온갖 색채로 채색된 파사드들, 삼각형·타원형·반원형 다양한 패턴이 조화를 이룬 지붕들, 건물 2층마다 세 개씩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나 있는 창문들, 그리고 광장을 향해 균일하게 나 있는 아치형 회랑들. 균형감과 통일성 속에 다양한 색채와 형태의 변화가 어우러진 텔치의 건축미는 마법 같은 매력으로 시선을 잡아챈다.

텔치 광장의 끝에 있는 성야고보 교회의 첨탑에 오르면 또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크 양식의 ‘예수의 성스런 이름 교회’의 쌍둥이 첨탑이 사이좋게 솟아오르고, 텔치를 둘러싸고 있는 작은 연못에는 잔잔한 평화가 넘친다. 교회 바로 옆의 텔치 성은 이 도시가 지닌 오랜 역사를 보여준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현대인들, 좀더 크고 웅장한 것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텔치는 그런 시대를 거스르는 작은 것의 아름다움과 소소한 풍경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역설한다. 사람의 살아감도 그러하지 않은가.

텔치가 전해주는 작지만 오랜 여운이 남는 감동을 마음에 조용히 새기며 첨탑을 둘러보는데, 첨탑 한 벽면 공간에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남겨놓은 쪽지에 시선이 머문다. 그 게시판은 이제 무수한 메모와 그 메모를 고정한 핀으로 너무나 빽빽해서 빈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텔치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작은 마음 한 점을 이곳에 두고 떠난 걸 게다. 나도 그 텔치의 첨탑 속에 내 마음의 쪽지를 남겨두었다. “작고 아름다운 내 마음의 텔치, 잊지 않을게.”

백상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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