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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11 17:15 수정 : 2012.07.11 17:15

백상현 제공

[매거진 esc] 유럽 소도시 여행

독수리 둥지 마을 에즈의 절벽에서 바라본 코트다쥐르 바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의 그림 같은 쪽빛 해안을 유럽인들은 코트다쥐르라고 부른다. 그 해안을 따라 오렌지축제로 유명한 망통, 고급 휴양지 모나코, 멋진 해변의 니스, 영화제로 명성이 높은 칸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도시들이 이어진다. 휴가철마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해안가로 몰려드는 이곳은 여행과 휴식을 갈망하는 이들에게는 꿈의 해변이다. 그 해안가 높은 언덕 정상에 자리잡은 난공불락의 ‘독수리 둥지 마을’이 바로 에즈다. 그림 같은 코트다쥐르 해안가를 달리던 열차가 에즈쉬르메르에 선다. ‘바다 위의 에즈’, 세상에 이토록 낭만적인 기차역 이름이 있을까. 기차역을 건너서 바닷가로 내려갔다. 사람들은 저마다 파라솔 아래에서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으면서 한가로운 코트다쥐르의 바다를 즐긴다. 잠시 그 해안가에 드러누워서 지중해의 파도 소리를 듣다가, 더우면 지중해의 쪽빛 바다로 몸을 던졌다.

버스가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산길을 한참을 오른 뒤에야 나선형의 산꼭대기에 둥지를 튼 에즈가 눈앞에 등장한다. 낡은 세월의 흔적이 내려앉은 골목길과 역시 풍화작용의 흔적이 역력한 주택들이 푸근하고 정겹다. 각종 기념품과 금은 세공품 가게들, 허브를 파는 가판대, 암벽 바위를 뚫고 파낸 동굴 같은 무수한 작은 예술 공방들, 다채로운 창문틀과 따스한 색감의 주택들, 지중해 햇살을 닮은 노란색으로 채색된 교회의 종탑, 교회 옆의 꽃밭처럼 평화로운 묘지는 에즈만의 아름다움과 고즈넉함으로 다가온다.

정상에 자리잡은 야생의 정원(Jardin d’Eze)은 일년 내내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때문인지 온통 초록색 식물들로 생명의 활기가 넘쳐난다. 인상적인 다양한 선인장과 희귀한 식물들이 곳곳에 넘쳐나고 군데군데 세워진 하얀색 조각상들이 어울려 묘한 아우라를 만들어낸다. 뒤를 돌아보니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저 멀리 코트다쥐르의 쪽빛 바다와 그 해안을 따라 늘어선 마을들이 숨막히는 풍경화다.

에즈의 올리브나무와 소나무 아래에서 니체는 그의 작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마지막 부분을 완성했다. 이렇게 평화로운 에즈의 풍경 속에서 어쩌면 그렇게 도발적이고 신성 모독적인 생각들을 풀어낼 수 있었을까. 인간의 이성에 의해 신화의 세계가 사라지고 더욱더 고독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 진정 아름다운 삶일까. 어느새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을 머리에 이고 가파른 에즈의 절벽에 서서 빛나는 별을 바라본다. 아, 나도 언젠가는 하늘의 별처럼 빛날 수 있을까? 니체가 서성거렸을 에즈의 골목 한 모퉁이에 발걸음이 오래도록 머문다.

백상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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