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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9.13 00:05 수정 : 2012.09.13 09:00

백상현 제공

[매거진 esc] 유럽 소도시 여행

북쪽의 베니스라 불리는 벨기에 브루게 운하길 유람

북쪽의 베니스, 혹은 서유럽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브루게는 한때 그 별명답게 남유럽의 베네치아와 비길 만큼 상업도시로 황금시대를 누리기도 했다. 지금은 아름다운 중세 건물들과 도심을 타원형으로 감싸 흐르는 운하와 50여개의 다리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관광지로서 더욱 유명하다. 역사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북서쪽으로 한 시간 정도 달리면 북해에 이르기 전, 숨바꼭질하는 예쁜 소녀 같은 소도시 브루게에 닿는다. 작고 아담한 주택들과 중세의 운치가 살아 있는 거리가 여행자를 맞아준다. 한 장난감 가게에서, 동그란 얼굴에 이마 위로 치켜세워진 고수머리의 탱탱(Tintin·만화 주인공) 인형을 발견했다. 흰 강아지 스노이와 함께 불의가 있는 곳이면 세계 어디든지 달려가 파헤치는 탱탱은, 1929년 벨기에 만화가 에르제에 의해 탄생했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문화와 현실을 널리 알린 공로로 ‘탱탱의 모험 티베트’ 편에 ‘진실의 빛’ 상을 수여한 바 있다. 전 프랑스 대통령 드골은 “세계적으로 내 일생의 유일한 라이벌은 오직 탱탱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브루게의 중심인 마르크트 광장 남쪽에는 브루게의 상징과도 같은 종루 벨프리가 우뚝 서 있다. 종루 꼭대기에 매달린 크기가 다른 종 47개가 매시 정각을 알리는 아름다운 종소리를 낸다. 중세 상인 조합인 ‘길드 하우스’는 가장 포토제닉한 건축물이다. 마치 아기자기한 초콜릿처럼 다채로운 색깔과 모양으로 구성된 창문과 지붕들이, 보는 사람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한다. 서로 다르면서도 함께 모여서 한층 더 아름다운 길드 하우스 앞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다투는 데 급급한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도시 곳곳을 흐르는 운하가 모습을 드러낸다.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들이 좁은 운하를 따라 오가고 있다. 과거에는 무역선이 오가는 생존을 위한 물길이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끌어모으는 관광을 위한 운하가 되었다. 브루게를 대표하는 상징들 중 하나인 백조들이 운하에서 유유히 노닌다. 그런데 여기에는 재밌는 전설이 있다. 막시밀리안 황제의 부하가 브루게를 다스릴 때, 시민들이 그를 처형했다. 처형된 관리자 집안의 상징이 백조였는데, 황제는 브루게 시민들에게 자신의 부하를 죽인 벌로 호수와 운하에 영원히 백조를 키우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마을을 벗어나 초록의 가로수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그렇게 걷다가 운하가 만들어낸 목가적인 ‘사랑의 호수’(Minnewater)에 이르렀다.

이 호수에 와서 소원을 빌면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낭만적인 전설이 전해진다. 아름다운 브루게 풍경 속에 서 있으면 누구라도 이렇게 낭만적인 곳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 오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지 않을까.

백상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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