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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9.26 16:50 수정 : 2012.09.26 16:54

백상현 제공

[매거진 esc] 유럽 소도시 여행
엘베강가의 피렌체, 드레스덴의 매력에 취하다

엘베강의 피렌체라고 일컬어지는 우아하고 매력적인 옛 동독 작센주의 드레스덴. 제2차 세계대전 때 기차로 두 시간 떨어진 체코 프라하는 운 좋게도 전쟁의 참화를 피했지만, 드레스덴은 심한 공습을 받아 옛 시가의 90% 이상이 파괴되었다. 드레스덴은 처참하게 폐허가 된 옛 시가를 복원하느라 ‘전쟁보다 더 고된 시간’의 터널을 지나와야만 했다. 그저 예쁘기만 한 다른 유럽의 소도시에 비해 음울함이 묻어나는 건, 이 부인할 수 없는 드레스덴의 어두운 역사 때문이다. 이곳을 처음 찾는 이들은 이 도시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란다. 현재의 드레스덴은 전쟁의 상흔은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온전하게 복구되었기 때문이다. 바로크의 걸작이라고 불리는 드레스덴의 옛 시가지를 한가롭게 걷노라면 우아한 중세의 시간 속을 거니는 기분이 든다. 가톨릭 궁전교회와 바그너의 ‘탄호이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등 많은 명작들이 초연된 젬퍼오퍼 국립 오페라하우스, 츠빙거 궁전과 드레스덴 성을 비롯한 주요 관광지들은 옛 시가지 중심에 모여 있다. 특히 유럽의 발코니라고 불리는 ‘브륄의 테라스’에 서면 엘베강과 강 너머 새 시가지의 멋진 전망이 펼쳐진다. 슈탈호프 외벽에 그려진 ‘군주의 행렬’은 그 길이가 101m나 된다. 무려 2만5000여장의 타일을 이용해서 작센의 군주들을 묘사한 벽화이다. 군주의 행렬을 따라 걸으면 마치 역사 속의 한 순간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든다.

드레스덴의 정신적 지주인 웅장한 바로크식 건물 프라우엔 교회(사진)로 향한다. 전쟁이 끝난 뒤 드레스덴 시민들은 언젠가 재건될 희망을 안고 산산이 부서진 프라우엔 교회의 돌들을 모아 번호를 매겨 보관했다. 독일 태생의 미국인 생물학자 귄터 블로벨이 1994년에 프라우엔 교회 재건 사업을 시작했고, 1999년 노벨 의학상 수상으로 받은 상금을 모두 기부했다. 이후 이 교회는 정부의 지원보다는 온 국민의 마음을 모은 성금으로 복구되었다. 그 마음이 담겨서일까. 드레스덴의 이 교회는 독일 여행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 코스로 늘 추천을 받는다. 프라우엔 교회 내부는 그 자체로 예술 작품과도 같고, 오페라 극장처럼 우아하다. 때마침 주일이어서 성가대는 예배 순서에 따라 1층, 2층, 3층으로 자리를 옮겨 가면서 멘델스존과 바흐의 작품들을 천상의 화음으로 노래한다. 전쟁의 참화 속에 폐허가 되었던 프라우엔 교회는 새로운 희망으로 재건되었다. 절망의 현장에서 희망을 꿈꾸는 건 바로 사람들의 몫이다.

밤의 장막이 드리운 드레스덴의 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옛 시가 골목을 지나 아우구스투스 다리를 향한다. 빛의 궤적을 남기며 전차가 스쳐 지나가고, 성당과 궁전과 광장에 불을 밝힌 조명들이 엘베강의 피렌체, 드레스덴의 밤을 눈부시게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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