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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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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남훈의 싸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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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까지 종횡무진하는 원종우씨 원종우. 그의 이름을 접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파토’라고 한다면 아하~ 하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그는 <딴지일보> 최장기 논설위원이면서 한때 편집장으로도 활동했던 사람이다. 중세 유럽에 대한 색다른 해석을 시도한 역사칼럼들과 노무현 탄핵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 그리고 노무현 서거 등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떨어지는 각도가 고드름 같은 정치칼럼으로 네티즌을 열광시켰다. 그에게는 ‘신지’라는 또다른 필명이 있다. 이 필명으로 외계인과 유에프오(UFO)에 대한 글을 상당히 많이 썼다. 한때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달착륙 조작설에 대해서 총정리를 하고 다시 더 큰 담론을 온라인에서 던진 것도 ‘신지’였다. 그랬던 그가 외계문명과 유에프오에 관한 칼럼을 신지가 아닌 파토로 연재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커밍아웃(?)하고 책으로도 냈다. 꼭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으나 툭하면 네팔, 유럽 또는 중국으로 사라지는 사람이라 거의 반년 만에 인터뷰를 했다. 약 10년 전 필자가 딴지일보에서 마케팅 업무를 할 때 파토를 만났다. 그는 외부 미팅을 끝내고 서울 문래동 딴지일보 사옥 안으로 들어오면서 당시 의자에 앉아서 캔맥주를 마시던 나에게 대뜸 이런 말을 했다. “남훈씨, 혹시 외계문명을 믿나요?” 난 입안의 맥주를 꿀꺽 삼키며 “물론 믿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최근 트위터로 재회하기까지 그에 대한 기억은 그게 전부다. “저도 <소년중앙>과 <새소년> 세대잖아요. 그런 어린이잡지에는 가끔 외계인과 유에프오에 관련된 기사가 실렸는데 대개 그런 것에 관심을 갖다가 시간이 지나면 신경을 끄게 되잖아요. 그런데 저에겐 어떤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건! 눈과 귀가 번쩍였다. “국민학교 5학년 때 풀장으로 놀러 갔는데 수십미터 상공에서 금속성 원반이 서서히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어요. 깜짝 놀라 사진기를 가지고 왔더니 이미 없어졌더라구요.” 딴지일보 전 편집장이 말하는 유에프오 목격담! “또 중학교 때 천체망원경으로 달 표면을 보고 있었는데 오른쪽 끝에서 노란색 실선이 나타나더니만 왼쪽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거예요. 마치 스캔하듯이 말이죠. 망원경에 이상이 있는 건가 렌즈 표면을 닦기도 했지만 이상이 없었죠. 같은 집에 있던 어머니와 누나도 같이 봤으니까요. 다음날 기상청 같은 데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까 자기들도 모르겠다는 거예요.” 역시 뭔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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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회현상을
유에프오 소행으로 해석하래요.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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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사로 초청받기도 해요.
저의 결론에는 동의 못해도
접근 방식을 지지하는 거죠” “저는 유에프오 또는 외계문명의 존재를 믿지만 완전히 맹신하지는 않아요. 어린 시절의 특별한 경험도 오류였을 가능성은 충분해요. 다만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더 알아보고 살펴보고 싶은 것이지요. 남훈씨는 진보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접시 위에 있는 육회를 젓가락으로 들다가 움찔했다. “어떤 문제나 현상에 대해서 이른바 지식인이 아닌 보통사람들이 스스로 해석하고 결론을 내리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진보라고 봐요.” 육회집에서 진보와 유에프오가 조우를 했다. “아까 나오다 신문을 보니 대기업 경제연구소에서 자영업자가 망하는 이유에 대해서 보고서를 냈는데 주된 이유가 준비 부족과 업자간 과당경쟁이라고 하더군요. 이 외진 골목 너머로 대기업 편의점과 빵집이 몇 개나 보이죠?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은 왜 언급도 안 하죠? 왜 언론은 무슨 연구소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옮기기만 하는 겁니까. 유에프오에 대해서도 정부와 기관의 말만 믿는 것도 참 비슷하지 않나요?” 우리는 왜 연구소에서 내놓는 보고서 또는 멘토를 자청하는 교수나 스님 이런 사람들에게 한없이 약한 걸까. “이 우주에 우리 이외의 존재가 있다는 것, 저는 그것을 다양한 논증과 자료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오히려 정통 과학 또는 순수 물리나 천문학계에서 이벤트를 할 때 저를 연사로 초빙하는 경우도 있어요. 저의 결론에는 동의하지 못한다고 해도 접근하는 방식을 지지하는 거죠. 그냥 취업 안 되는 학과가 되어버린 과학계에서 전 나름 신선한 존재인 거죠.”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 이외의 별에 생명체가 존재하고 말고를 떠나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상식의 범주 안에 쓸어넣어버리고 만다. 상식도 조금 많은 수의 사람들이 갖는 편견일 수 있다. 흥미진진한 이른바 ‘구라 같은 이야기들’을 여름밤에 가볍게 들으려던 나의 속마음이 왠지 부끄러워졌다. 그는 또다른 분야에 도전중이다. 딴지일보에 약 5년간 연재한 중세유럽사를 정리해 단행본으로 펴낼 예정이라고 한다. 그의 에너지는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정치, 음악, 유에프오에 역사까지. 파토 또는 신지. 그는 진짜 우리 시대의 교양인으로 살고 있었다. 김남훈 프로레슬러·육체파 지식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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