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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15 18:34 수정 : 2012.08.15 18:34

격투기 해설가 김대환. 박미향 기자 제공

[매거진 esc] 김남훈의 싸우는 사람들

직접 뛰며 동호인 육성까지 뛰어든 국내 최고 격투기 해설가 김대환

런던올림픽이 끝났다. 극한의 수준까지 끌어올린 선수들의 육체적 능력은 물론 그들에 얽힌 여러가지 뒷이야기도 이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콘텐츠이기도 하다.

그중에서 특히 유도 송대남 선수에 대한 이야기. 김재범이라는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끼자 하루 다섯끼를 먹으며 체급 상향이라는 마지막 수단이자 초강수를 두었고 생애 마지막 출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난 이 이야기를 라디오에서 소개하다가 울 뻔했는데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넘기 힘든, 아니 넘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난 격투기 해설자로 3년간 활동했는데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는 바로 김대환 수퍼액션 해설위원이다. 난 10여년 전부터 그의 해설을 들으며 경기를 즐겼고 그의 해설로 공부를 했고 그의 영향을 받아 해설자가 되었다. 나에겐 스승이자 라이벌이었던 사람. 그를 만났다.

profile

김대환

1979년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2003년 격투기 해설자 데뷔. 전 프라이드 FC 및 K-1 해설위원, 현 수퍼액션 UFC 해설위원.

“저는 원래 프로레슬링을 아주 좋아했어요. 헐크 호건과 워리어가 참 좋았는데 두 사람의 경기가….” 그는 내 눈치를 살짝 봤다. 난 프로레슬링 선수이기도 하다. “레슬링이 일종의 쇼라는 것을 알고 진짜 경쟁이 있는 세계에 조금 더 눈길이 가더라구요.” 그는 진짜를, 나는 허구의 세계를 선택했다. “유도, 복싱 그리고 킥복싱도 조금 했지요.” 조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는 킥복싱 국내대회 챔피언 출신이기도 하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깨작깨작 격투기에 관한 글을 올렸는데 그걸 방송사 피디님이 보고 연락을 했죠.”

“저를 위해서 나간 경기예요
시청자에서 해설자로 가봤으니
선수도 해봐야 할 거 같아서요”

그는 국내 최고의 격투기 해설자로 공인받는 사람이다. 나는 결코 받지 못했던 찬사를 그는 언제나 받았다. 그 비결은 뭘까. “격투기는 아주 감정적인 스포츠잖아요. 선수들이 피와 땀을 흘리며 서로 부둥켜안고 쓰러지죠. 그걸 전달하는 것은 아나운서가 하면 되는 것이고 저는 이 생소한 스포츠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했었죠.” 그 고민의 결과는? “미리 출전하는 선수들 경기를 인터넷 등으로 찾아보고 기술과 경력 등을 조사했죠. 경기 중계가 끝나고 모르는 부분은 아는 관장이나 선수들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구요. 그리고 아예 그날로 체육관에 가서 바둑 복기하듯이 스파링하면서 몸으로 다시 익히는 경우도 있었어요. 별거 아니에요.” 별거 아닌 게 아니다. 일본 격투기 프라이드 대회는 생방송이 5시간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그런 피로와 스트레스를 뒤로하고 그날의 경기와 선수들을 다시 점검하고 다시 선수들의 전략과 기술을 체육관에서 직접 선수들과 구르며 스파링을 하곤 했다.

“역시 해설은 김남훈이 아니라 김대환이 갑”이라는 말은 나를 전의에 불타게 했던 말. 하지만 참으로 올바른 평가였음을 그와의 대화에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작년 3월6일 영국 노리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대회 ‘이스트코스트 팩토리-매드니스’(East Coast Factory - Madness) 대회에서 잭 트립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직접 선수로 케이지에 들어간 것이다. “순전히 저를 위해서 나간 겁니다. 저는 격투기를 사랑하죠. 시청자에서 해설자로 가봤으니 이제 선수도 경험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숨이 턱 막혔다. 저 즐거워하는 얼굴을 보라. 남자의 미소를 보면서 숨이 막히다니. “나중에 제 아들이 커서 아빤 격투기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왜 경기는 안 나갔어라고 물어본다면 후회할 것 같더라구요.” 그는 영국 대회에서 승리와 함께 부러진 코뼈를 얻었다.

“좋아하기만 하면 안 돼요
돈을 벌어야 살지요
공부하고 노력해야지요”

ㄱ사가 경쟁회사 ㄴ사를 인수합병하고 구조조정한다. 경영학개론 수준의 책에서도 항상 나오는 부분. 김대환 위원이 있던 ㄱ사가 내가 해설자로 일하고 있던 ㄴ사를 인수합병했고 나는 구조조정을 당했다. 갑자기 직업을 잃어버린 것. 한동안 그가 해설하는 경기를 보지 않았다. 맘 상해서. 하지만 안 볼 수가 없었다. 경기를 분석하는 능력, 전달하는 능력,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는 능력까지 날 밀어낸 사람의 뛰어남을 생중계 때마다 확인하는 것은 참 묘한 경험이었다. 그의 해설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대는 나라니. “영어 강사로도 활동을 했습니다만 최근에 모두 정리를 하고 체육관을 열었어요.” 생활인, 가장으로서의 고뇌가 그의 날숨에서 느껴졌다. “제가 이 분야에서 있으면서 가장 해야 할 일은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운동할 땐 열심히 운동하고 휴식을 취할 때는 50대 아저씨와 고등학생이 드라마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일부러 선수부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격투기 해설자라는 전문인으로서, 격투기를 사랑하는 마니아로서 각각의 자리에서 자신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설정한 목표로 올라가기 위해서 어떻게 논리적인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왜 하냐구요? 좋아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좋아하기만 하면 안 되잖아요. 돈을 벌어야 살지요. 그러니까 공부하고 노력해야지요.” 이 간단한 문장에서 그가 갖고 있는 자기완결성이 느껴진다. 그는 그 자체로도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영양가 없이 당분만 가득한 이상한 위안을 청춘들에게 파는 멘토라 불리는 사람들과 다른 점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로마 유베날리스의 격언은 사실 “제발 몸에만 신경쓰지 말고 머리 좀 쓰라”는 로마의 근육남에 대한 일종의 비아냥이었다. 그 유베날리스가 인정할 만한 사람이 바로 김대환 위원이다. 그를 만나면서 나는 마음의 짐을 깨끗하게 덜었다. 이제 일요일 아침의 그의 해설을 더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그래 맞장구를 치면서 말이다.

김남훈 프로레슬러·육체파 지식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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