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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03 17:50 수정 : 2013.04.05 14:31

구범준 제공

[매거진 esc] 김남훈의 싸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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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범준
1971년생. 1999년 시비에스 입사. <김현주의 산뜻한 오후>, <시사자키>, <영화감독 이장호 누군가를 만나다> 등 연출. 2011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 시작.

어떤 콘텐츠가 있다. 케이블채널과 아이피티브이를 통해서 방영되고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조회수가 1400만을 넘어섰다.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버에서는 500만을 기록중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서는 매일 50만 다운로드가 일어난다. 숫자만 봐도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이 콘텐츠에는 연예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락이나 예능도 아니다. ‘강연’ 프로그램이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줄여서 세바시. 이 플랫폼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시비에스>(CBS) 구범준 피디를 3월28일 서울 오목교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유튜브 조회수 1400만 돌파
강연 프로그램 붐 이끈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만든 구범준 피디

테드(TED)의 18분짜리 동영상 강연이 세계를 돌면서 많은 사람이 한국형 테드를 기획했다. 세바시도 그 무렵 태어났다. “세바시를 기획하면서 세운 원칙이 있었습니다.” “원칙이요?” “먼저 기독교 콘텐츠는 다루지 않는다. 목사, 선교사, 전도사도 출연을 하지 않는다. 모든 영상은 에이치디(HD) 고화질로 촬영한다. 그리고 일반 시청자에게는 모두 무료로 배포한다입니다.” 시비에스는 방송사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기독교 방송사이고, 티브이 채널은 에이치디가 아니라 에스디(SD) 기반이다.

과연 이 원칙을 방송사 내부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했을지 그게 제일 궁금했다. “인천 월미도의 모텔방에서 워크숍을 했는데 15분 세바시 포맷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했습니다.” “반응은요?” “다들 얼떨떨한 표정이더군요.” 벙찐 표정의 의사결정권자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는데 억지로 참았다 “그런데 ‘고(Go) 사인’이 났어요.” “인정을 한 것이군요.” “그런 것도 있고 짐이 없으면 몸놀림이 가볍잖아요. 워낙 없는 형편이니까. 알아서 하라고…우하하하하.” 나도 키득키득 같이 박자를 맞추며 시원하게 웃었다.

세바시 강연회는 한명의 강사가 15분씩 하나의 독립된 주제로 강연한다. 한번의 강연회에는 대개 5~6명의 강사가 출연한다. 15분으로 정한 이유는 뭘지 궁금했다. “테드가 18분이잖아요. 전 좀 긴 느낌이 있었어요. 저는 특히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같은 모바일에서의 재생도 염두에 뒀는데 15분이 제 손바닥에 있는 모바일기기를 지속적으로 쳐다볼 수 있는 한계점이더라구요. 그걸 넘어서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봤죠.” 15분이면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봉천역까지 7개 정거장을 갈 수 있는 시간이다. 모바일기기에서 콘텐츠가 소비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매우 합리적인 길이 설정이다. 그런데 강사는 어떻게 섭외했을까? “일단 15분의 강연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부터 힘들었습니다. 대개 강연하시는 분들은 시간 단위의 강연에 익숙해 있으니까요.” 나도 세바시 무대에 서본 적이 있다. 15분 강연은 바다처럼 멀고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내 바지 뒷주머니처럼 빈틈없이 딱 달라붙는 느낌이 공존하는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직접 만드는 디렉터이자 예산을 세우고 유통과 마케팅까지 하는 제작자의 역할도 겸했다. 그의 일거리는 이스트를 머금은 오븐 속 반죽처럼 계속 부풀어올랐지만 반면에 일관되고 신속한 일처리도 가능했다.

“방송국에서 만든 하나의 콘텐츠를 유튜브에 그대로 올리고 다시 포털사이트에 공급하면서 팟캐스트로 유통시키고. 아마 다른 곳이라면 힘들었을 거예요. 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렸겠지요.” 세바시가 큰 인기를 끌면서 지상파 방송사, 케이블 텔레비전, 지방 방송사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강연 프로그램이 생겼다. 강연시장의 가장 큰 축인 기업에서도 이제 강사를 섭외할 때 세바시를 가장 먼저 참고한다. 학벌, 인맥과 교수나 박사 타이틀이 이 바닥에서 가장 큰 변별력을 제공했었는데 그 흐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부동산으로 치자면 공시지가에서 실거래가로. 15분이라는 포맷 안에서 어떻게 자신의 스토리를 전달하는지 그 액면을 평가하게 된 것이다. 나도 덕분에 강연 섭외를 자주 받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멘토·힐링 바람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해
균형점 갖고자 노력”

“일종의 부차적인 효과도 있었죠. 그게 가능한 것은 세바시가 갖고 있는 힘 때문이라고 봐요.” “세바시의 힘이요? 세바시는 별자리 같은 겁니다. 별 하나하나는 모두 태양빛을 받아서 반사를 하기 때문에 크기가 작으면 눈에 잘 띄진 않죠. 하지만 모여 있을 때는 다릅니다. 전갈자리, 쌍둥이자리처럼 모여 있을 때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세바시에는 스타 강사도 출연하지만 이런 작은 별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이런, 세바시 때문에 부수입이 좀 생겼다는 말을 한 것이 시쳇말로 쪽팔렸다. 그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이런 세바시의 힘, 브랜드의 힘은 더 커질거라고 봅니다.”

단순히 인기있는 콘텐츠를 떠나서 하나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이 흐름의 저변에는 이른바 멘토와 힐링 열풍이 있다. 최근엔 이 열풍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꽤 있는 편이다. “세바시라는 콘텐츠가 이루어낸 성공이 대단한 것 맞습니다만, 멘토와 힐링 열풍에 힘입은 부분도 있다고 보는데요. 특히나 사회 부조리에 대한 격렬한 저항보다는 개인의 분발, 내면의 성찰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얼굴 알고 지낸 지 1년도 넘었겠다 그냥 냅다 돌직구를 던져봤다. “그런 지적은 아마 거의 모든 강연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숙명일 겁니다. 그런데요.” 양손으로 테이블을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쓸듯이 모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한번의 강연회에서 6개의 강연이 있다면 그중에서 4개는 공동체의 가치에 관한 것들입니다. 전체 편수로 보면 우린 60% 이상이에요. 그 균형점은 제가 항상 잡으려고 합니다.”

역시. 이 남자 허투루 볼 사람이 절대 아니다. “몇몇 기업에서는 돈을 싸들고 와서 (마케팅에 도움이 될) 이런 주제로 하자, 아니면 이 사람을 강사로 무대에 올려달라 등등의 제안을 하기도 하죠.” “모두 노?” “그럼요. 말했잖아요. 전 선한 가치를 널리 공유하고 싶다고요.” 그는 오른손으로 꿀밤을 때리듯이 가볍게 테이블을 딱 때렸다. 인터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딱’ 소리가 계속 들리는 듯했다.

김남훈 프로레슬러 육체파 지식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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