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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24 16:59 수정 : 2012.10.24 16:59

[매거진 esc] 임경선의 남자들

요새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것은 아무래도 트위터가 주원인인 것 같다. 아이 재우면서 같이 자야 하는데 열두시를 넘겨서까지 이불 뒤집어쓰고 아이폰을 노려보고 있다. 새벽에 눈이 떠지기라도 하면 유혹을 못 참고 또 들여다보다 보면 한두 시간은 우습게 가버린다. 다시 잠들기에도 어정쩡하다.

트위터는 평소 좋아하던 유명인의 일상과 생각을 접하거나 친한 친구들과 시시콜콜 ‘드립’치면서 노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그 이상으로 관심 가는 이성에게 말을 거는 즐거움이 있다. 오프라인처럼 물리적으로 몸이 닿을 거리에 있는 것도 아니니 결혼 여부가 소통의 자유를 촌스럽게 제한하지는 않을 것 같다. 대개의 온라인 플랫폼이 그렇지만, 특히나 트위터는 140자라는 한정된 공간과 다 흘러가버리는 찰나성 때문에 그 사람이 매력이 있고 없고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다들 의도하든 않든 자신의 재치발랄하거나 지적이거나 진지하거나 감상적인 면모를 은연중에 뽐내고 있다. 유혹은 인간의 본능임을 새삼스레 느낀다. 또한 어떤 형식으로든 글을 쓴다는 행위는 ‘(악)마성’이 깃든 행위인데, 매일 글이라는 것을 쓰면서 지내는 나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글이 가진 마성을 실감한다. 글을 쓰고 있으면 ‘원래의 이런 나’와 ‘이렇게 되고 싶은 나’ 사이의 경계선이 흐릿해지며 거기에는 글 쓰는 행위 자체에 홀린 나 자신이 있다. 글을 쓰면서 야기되는 나르시시즘은 상대보다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경우가 많을 터, 자기애 역시도 인간의 본능임을 다시금 느낀다.

자기애와 유혹의 본능은 이윽고 매력적인 여자와 매력적인 남자를 연결시키기도 한다. 사실 매력적인 여자와 매력적인 남자가 서로를 알게 되는 일처럼 이 세상에 짜릿한 일이 어디 있을까. 성숙하고 자상한 남자와 여자라면 즐거움 이상으로 어느덧 서로에게 필요한 인간이 되어간다. 지식을 나누는 것을 넘어 각자의 성취에 칭찬을, 개별적 슬픔과 좌절엔 위로와 격려를 아낌없이 보낸다. 개인적으로 걸린 게 없다 보니 상대의 사회적 망상을 이해하고 상대의 개인적 망상을 십분 보듬어줄 수도 있다. 깊게 관여된 관계가 아니라면 상대를 배려하고 상냥한 말을 던지는 일은 얼마나 쉬운가. 사랑만 없다면 그 사람을 이해하고 더 많은 것을 받아줄 수 있을 것이다. 사랑만 없다면.

지난 일년 반 동안 트위터를 하면서 나도 몇몇 남자들에게 사랑 없는, 정 많고 속 깊은 ‘트위터여친’이었던 것 같다. 쳇, 온라인 글 따위로 그 사람에 대해 뭘 알 수 있으랴 하며 차별할 생각도 없고, 그 남자가 ‘안전’한지도 별로 중요치 않았다. 거의 종일 혼자 지내는 나는 그저 이렇게 ‘늘 함께 있어줄 수 있는 남자’를 필요로 했다. 오프라인에선, 남자가 그렇게 하루 종일 나와 붙어있어줄 리는 만무하니. 그래도 이젠 한밤중엔 잠시 이별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임경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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